Eli의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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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전자기기

잠수함 영화가 들려준 이어폰 화이트노이즈와 임피던스 매칭의 중요성

Eli♪ 2020. 4. 19. 17:13

이어폰 노이즈를 인지하다

약 한 달 전 어느 날 새벽, 간만에 영화를 좀 보려고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 거치대에 폰을 꽂고 넷플릭스를 켰다. 뭘 볼까 하다가 <헌터 킬러>라는 잠수함 영화가 재밌어보여서 재생버튼을 누르고 이어폰을 꽂았다. 잠수함영화라 소리가 중요할 것 같아서 원래 쓰던 갤8+ 번들이어폰이 아니라 얼마 전에 산 Shure SE 215를 꽂았다.

 

영화 내용중에는 잠수함 승조원들이 적에게 탐지되지 않기 위해 엔진도 끄고 모든 소리를 죽인 다음 적의 음파탐지에 온 정신을 기울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완전한 고요. 그리고 그 고요 속의 긴장감. 이것이 이 영화의 묘미이다. 그런데 영화를 쭉 보다보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야 할 이런 장면들에서 샤--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원래 영화 음질이 별로라서 이런 소리가 있나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번 나오는 장면에서 계속 이러니까 뭔가 거슬렸다. 일시정지를 눌러보니 샤-- 하는 노이즈가 완전히 사라졌다. 다시 재생하니 또 나왔다. 읭??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번들 이어폰으로 바꿔 꽂았더니 노이즈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스-- 하는 엄청나게 작은 소리로 바뀌었다. 이 상태로 해당 장면을 다시 보니 정말로 고요한 느낌이 났다. 다시 슈어 이어폰을 꽂았더니 샤-- 하는 노이즈가 들렸다.

 

뭔가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내가 알기로는 슈어 이어폰이 더 성능이 좋아야 하는데 오히려 노이즈가 크다니.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무엇이 노이즈를 만들어낼까?

전자공학 전공자로서 제일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건 임피던스 매칭 문제로 인한 반사였다. 다행히도 내 데스크탑 컴퓨터에 들어간 Z370 메인보드에는 자동으로 임피던스를 잡아주는 기능이 있었다. 자리를 컴퓨터 앞으로 옮겨 다시 이어폰을 꽂고 들어 보았다. 두 이어폰 모두 노이즈가 전혀 없었다. 혹시나 해서 헤드폰으로 들어보았으나 노이즈는 없었다.

 

가능성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1. 핸드폰의 사운드카드가 임피던스를 못맞춰준다

2. 핸드폰의 사운드카드가 임피던스는 맞춰주지만 성능이 안좋아서 노이즈가 있게 재생이 되는데 번들이어폰은 주파수응답이 안좋아서 노이즈를 작게 재생하고, 슈어 이어폰은 그부분의 노이즈를 제대로 들려준다.

3. 안드로이드 넷플릭스 앱이 데스크탑에서 보는것과는 다르게 노이즈를 재생한다.

 

이어폰 임피던스 및 주파수응답 확인

가장 먼저 이어폰의 임피던스를 확인하기 위해 메인보드 사운드카드 관련 프로그램인 Nahmic 을 깔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현재 꽂은 이어폰의 임피던스를 숫자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을 뒤져서 슈어 SE 215갤8+ 번들이어폰의 주파수응답과 임피던스를 찾아냈다.

 

슈어 SE 215 주파수응답(검은색) 및 임피던스(노란색). 출처: https://reference-audio-analyzer.pro/en/report/hp/shure-se-215.php
갤8+ 번들이어폰 주파수응답(왼쪽) 및 임피던스(오른쪽). 출처: https://www.0db.co.kr/REVIEW_0DB/35906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슈어 이어폰은 임피던스가 16.2옴으로 전체 주파수에 대해 flat한 것을 알 수 있고, 갤럭시 번들이어폰은 약 1kHz 주파수까지 36옴, 그 이후에는 20옴 근처까지 내려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임피던스 값 자체가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을 보아 임피던스 매칭이 안된 게 맞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갤럭시 번들이어폰이 임피던스가 2개로 나타나는 이유는 영디비 페이지에서 넣은 드라이버 구조 그림에서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스피커가 저음용이랑 고음용으로 두개였던 것이다.

영디비 페이지의 삼성 번들이어폰 드라이버 구조 그림

 

그리고 주파수응답 관련해서는 측정한 기관이 달라서 측정환경이나 측정방법도 다를 것이기 때문에 직접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딱히 번들이어폰의 고주파 응답특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따라서 2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용으로는 사운드카드 문제일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앱 문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내가 자주 듣는 사운드클라우드 앱으로 다른 음악을 재생해 보았다. 이 경우에도 번들이어폰은 노이즈가 스-- 하고 거의 없는 반면 슈어는 샤-- 하고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들렸다. 즉 3번 앱 차이는 아니었다.

 

결국 남은 것은 1번. "핸드폰의 사운드카드가 임피던스가 2개인 번들이어폰에 최적화되어있어 슈어 이어폰의 임피던스를 맞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이걸 몰랐다니... 참고로 슈어 이어폰을 처음 샀을때 핸드폰에 꽂아보고 뭔가 음질이 안좋다고 느꼈었는데 그게 이것때문이었나 싶었다. 혹시나 해서 소리 2개로 나눠주는 Y잭도 사서 테스트도 해보고 그랬었는데 이 문제를 발견하고 나서는 이게 노이즈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평소에 컴퓨터로만 듣다보니 노이즈가 없었어서 이런 현상이 있을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었던 부분이다. 내가 데탑에서 쓰는 Z370보드는 보드값만 30만원쯤 하는 고급 제품인데 이런거만 쓰다보니 안좋은 사운드카드를 쓸 때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추가 테스트

사운드카드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내가 가진 다른 기기인 갤럭시북 12.0 윈도우 태블릿에도 꽂아 보았다. 그랬더니 여기에서는 뭘 꽂아도 전체 음역대에서 시-- 하는 노이즈가 매우 심했다. 아무래도 전자파 차폐가 원인인 것 같았다. 갤럭시북은 얇은 두께에 다 때려박고 그 안에서 팬도 돌고 하다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음감용으로 갤럭시북은 쓰지말자.

 

또 갤럭시북 테스트할 때 추가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이어폰을 꽂는 순간 소리가 퍽 하고 튀는 현상이다. 이런 비스무리한 소리는 이전에 잇섭이라는 사람 영상에서 본 적이 있었다. 데탑에 꽂을때는 이런 문제가 없었는데.. 이어폰 먼저 귀에 꽂은 다음 이어폰단자에 꽂는 순간 팍 하고 튐과 동시에 매우 크게 소리가 들리고 그 다음에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당연히 잇섭 영상에서 나왔듯이 소리 재생 및 앞뒤 왔다갔다 할때도 팝핑 현상이 있다. 역시 이어폰을 꽂고 듣는 디바이스는 아닌걸로..

 

어쨌거나 또 다른 기기인 연구실 컴퓨터에도 꽂아보았다. 연구실 컴퓨터의 사운드카드에서는 임피던스 감지 기능을 지원하고 있고, 다음과 같이 숫자로 표시도 해 준다. 역시 킹수스.

전면 잭에 번들 이어폰을 꽂았을 때는 위와 같이 표시되고, 후면에 3.5파이 연장선을 꽂았을 때는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표시되는 임피던스가 앞에서 조사했던 것과 값이 다르긴 한데, 어쨌거나 자동감지해준 값으로 사용했을 때 내 귀로 듣기엔 노이즈가 전혀 없다. 자동감지 만세.

 

이어폰 및 메인보드 정보

번들 이어폰: 삼성 갤럭시 S8+ 사면 기본으로 주는 AKG 튜닝된 이어폰

슈어 이어폰: 프로듀서 dk 영상 보고 산 Shure SE215 BT1 에 EXS mmcx 케이블 꽂아서 유선으로 만든 것

같이 테스트한 헤드폰: Sony MDR-1A

 

방에 있는 컴퓨터 메인보드: MSI Colorful Z370 Krait Gaming ( 제품스펙 )

연구실에 있는 컴퓨터 메인보드: ASUS Prime Z370-A ( 제품스펙 )

갤럭시북: 삼성 갤럭시북 12.0 LTE없는모델

 

운영체제는 모두 윈도우 10

 

결론

- 노이즈 없는 소리를 듣고 싶으면 임피던스 매칭이 필수

- 갤8+은 번들이어폰 꽂았을 때 최적의 소리가 나오며, 다른 이어폰 꽂았을 때 노이즈 나올 수 있다

- 데스크탑 PC용 메인보드 중에는 자동으로 임피던스를 맞춰주는 종류가 있다

- 갤럭시북이나 다른 노트북 등은 전자파 차폐 문제로 이어폰 꽂았을 때 노이즈가 심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