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의 여백

바쁜 나날들 사이에서 생각났던 이런저런 것들을 적어봅니다.

일상 11

사진 정리하다 발견한 힘들었던 시절

연구비가 없어서 국내에서 LED를 구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중국산 LED 수율도 안 나오던거 망해도 좋으니까 어떻게든 만들어달라고 해서 겨우 받았던 것. 불 안켜지는 것도 있고 같은 전류 넣어도 광량 10배 차이나는거 프로브스테이션으로 일일이 수동으로 찍어서 성능 기록하고 재분류한 것.. 절대 실패하면 안 되는 실험이었기에 그만큼 간절했지 않았나 싶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일상. 2024.11.19

업무를 카톡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

몇 주 전 일요일 밤, 평화로운 주말에 폰이 지이잉 하고 울렸다. 이메일이었고, 제목은 뭔가 업무관련인듯했으나 다음 날이 월요일이니 내일 처리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집안일 등 여러 본업 외적인 일들을 먼저 끝내고 잊어버렸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메일 앱을 열어보니 나도 모르는 새에 교수들끼리 이메일이 수 차례 오갔고, 이미 내가 그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어있었고, 관련 내부회의가 월요일 아침에 잡혀 있는 것이었다. 아. 준비 안했는데 어떡하지.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급하게 사무실 자리에 앉으니 5년짜리 정부에서 주관하는 프로젝트 (보통 정부과제라고 부른다) 의 킥오프 미팅을 위한 자료준비가 필요한 거였고, 아예 처음 보는 주제라 급하게 GPT나 Gemini 등 언어모..

일상./생각 2024.11.15

가설-실험-검증-공유. Why not?

진짜 이과시네요대학원 시절, 후배에게 들었던 말이다. 자기도 공대 대학원생이면서 나보고 이과라고 하는 건 감정을 배제한 판단을 칭찬하는 것인가, 아니면 피도 눈물도 없는 점을 돌려 까는 것인가. 요즘 말로 하면 "T발 씨야?"에 해당하는 듯한데, 어쨌거나 각종 현상에 대해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성향인 것은 맞는 듯하다. 평소에 복잡한 개념을 간단하게 축약해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기나긴 대학원 생활 동안 연구활동을 하면서 쌓은 개념을 한 줄로 표현하면 이 글의 제목과 같이 가설-실험-검증-공유이다. 그리고 이 문구는 현재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잠금 화면에 적혀 있다. 사실 이 절차는 학술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익숙할 것이다. 확인하고 싶은 이론이 있다면 적당한 가정을 한 뒤에, 그 것을 확인할..

일상./생각 2024.11.13

기획연재 - 04. 일필휘지. 시작은 좋았으나

현재 엘살바도르 대통령인 부켈레는 수 년 전부터 비트코인에 나라를 걸어버린 장본인이다. 여기서 가치나 변동성 따위를 논하려는 건 아니고, 어쨌든 남들이 안 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개인의 판단에 나라의 운명을 거는 것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 있겠지만, 그 결단력과 실행력만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역사는 이런 예외를 기록하게 마련이다. 재즈는 즉흥성에 기반한 음악의 한 장르이다. 기존의 음악에서 들을 수 없었던 리듬과 전개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바로 다음에 어떤 것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외의 연결성을 발견했을 때, 감동이 몰려온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전개를 과감히 도전해 보기도 하고, 때로는 안전하게 변주를 하기도 하는 일련의 절차가 재즈를 표상한다..

일상./생각 2024.11.12

기획연재 - 03. 이름 짓기. 익숙하지만 참신한

닉네임을 적으라는 빈 칸을 앞에 두고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찰떡같은 이름이 불현듯 떠오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떤 이름을 지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꽤 많은 시간을 써버리곤 할 것이다. 새로운 시작에는 대개 이름 짓기가 수반되는데, 내용이 길면 안 보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기억에 남는 이름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한 때 유행했던 것으로 제목학원이라는 것이 있다. 사진이 주어지고 사진에 가장 적합한 제목을 적는 것을 놀이로 하는 문화로, 대부분은 유행을 타기 때문에 잠깐 반짝했다 사라지지만 몇몇은 잊혀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된다. 나중에는 제목만 봐도 사진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기억의 궁전은 기억술의 한 갈래이다. 연관성이 전혀 없어보이는 사물도 어떻게..

일상./생각 2024.11.11

기획연재 - 02. 저널리즘. 무엇이 보존되는가?

영상 매체가 주류가 되어버린 2020년대에는 구독자 수가 곧 영향력을 의미하는 지표가 되었다. 더 많은 사람을 모을수록 생각의 전파는 더 쉬워진다. 다만 시청자의 수준도 높아져서 예전과는 달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해 보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물론 그만큼 더욱 지능화된 딥페이크 등이 등장하여 진위여부의 분별이 어려운 계층과의 격차는 더 커지는 부작용도 있기는 하다. 대부분의 정보는 시한부이다. 같은 내용으로 오래 갈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면 후대에게 선견지명이라고 불릴 수도 있고, 혹자는 그것을 진리라고 믿게 될 지도 모르겠다. 사견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정보의 수명은 대체로 짧아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사실만 기록하면 오래 갈 수 있을까? 사진기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기록하는..

일상./생각 2024.11.10

기획연재 - 01. 바니타스. 나를 남기는 시도에 대하여

정보의 관점에서 일상을 바라보면 정보를 흡수하는 시간, 처리하는 시간, 방출하는 시간으로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흡수와 처리에 쓰고, 방출하는 시간은 극히 일부이다. 요즘에는 흡수에 쓰이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주는 기술들이 많이 나와서 사실상 대부분의 시간을 처리에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임 없이 의심하는 습관이 들어서 그런지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한 번 그 과정을 통과하면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정보를 습득 및 처리했다면 다음은 방출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안다 라는 것에 대한 정의는 아직도 논쟁적이지만, 어쨌든 아는 것과 표현하는 것은 서로 다른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험을 그대로 전달하는 텔레파시 기술이..

일상./생각 2024.11.09

기획연재 - 00. 프롤로그. 만 년 뒤를 위한 백업

스마트폰도 없던 중학교 시절부터 디지털 세계에 눈을 떴던 나는 숙제 내용을 워드프로세서에 옮겨 적곤 했다. 당시엔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지금에 와서는 20년 넘게 쌓여온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가끔 생각날 때 옛날 작업물들을 열어보면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볼 필요가 없는 쓸모 없는 내용이지만, 간혹 시간 간극을 뛰어넘어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도 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끊임 없이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당장 일 주일 전의 일도 잊어버리고 만다. 자동완성에 기반한 거대 언어모델이 개별 인간의 평균치를 상회하는 2020년대에도 경험을 온전히 기록하는..

일상./생각 2024.11.08

고심 끝에 구글 매도결정

시간이 많지 않아서 충분히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남긴다. 그동안 챗GPT를 직접 써보거나 주변 사람에게 써보게 시키거나 제3자가 나한테 들고 왔을 때의 경험 등 여러 가지를 종합했을 때 구글(내가 보유중이었던 것은 알파벳A인데 편의상 이하 구글로 적음) 을 매도하는 게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매도결정의 가장 큰 트리거는 최근 본업 관련해서 구글 서치를 밤을 새워가며 몇날며칠 해서 논문을 찾을 일이 있었는데 논문이 나오지 않았고, 오늘 내 연구결과 발표하면서 보스가 코멘트를 할 때 챗GPT에 발표내용에 있던 내용 중 내 아이디어(기존에 세상에 없던 개념이었음)을 설명해보라고 쿼리를 넣었고 답변에서 내 생각과 일치하는 방향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틀렸거나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었지만..

일상./생각 2023.02.25

만물을 유일한 숫자로 대응시키는 방법에 관한 생각

시작은 파일 압축 이야기로부터.. SSD라 그런가.. 파일 복사를 여러개로 쪼개서 실행하는게 왜 더 빠른거같지? IT 업계 종사자인 지인이 낮에 뜬금없이 위와 같이 화두를 던졌다. 저장장치 간 파일 이동작업을 많이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파일 갯수가 몇십만 개 급으로 많을 경우 전체를 압축해서 옮긴 다음 압축을 푸는 것이 빠른 경우가 많다. 이 사람도 이걸 모르진 않을 텐데, 질문을 던진 것이 의아했다. 하여간 관련해서 파일 이동시 병목이 CPU인지 램인지 저장장치인지에 관해서 약간의 이야기가 오갔다. 결국 직접 해 보니 압축해서 옮기는 것이 더 빨랐고, CPU를 100%로 갈구기 위해 폴더별로 압축을 해서 압축과 이동을 동시에 하니 더 빨라졌다. 그런데 압축 얘기를 하다 보니, 그 동안 압축 알고리즘도..

일상./생각 2022.02.23

전문가에게 물어본 우주위협과 스타링크 위성

들어가며 한 달여 전, 평소에 즐겨 보던 카오스 사이언스 유튜브에서 다음과 같은 영상을 보았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나오신 박사님이 국내외 우주 위험에 대한 감시 현황에 관해 개괄적으로 설명해 주는 대중강연이었다. 영상링크: youtu.be/aVomsAGukSA 평소에도 우주 관측 및 위험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2배속으로 돌려보니 약 한시간 정도에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질의응답시간에 질문들이 나오는데 즉석에서 답변하기엔 너무 길다고 제대로 된 답변을 듣고싶으면 찾아오라고 하는 내용이 간간이 나왔다. 나의 경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스타링크 위성들이 우주관측과 지구 위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궁금했었는데 강연 내용에 제대로 나오진 않았다. 이미 강연도 끝나버렸고 국내에서 이런거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일상./생각 2021.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