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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배경
13일 어제, 드디어 오리온 탑싱크와 구리구리뽕뽕 양쪽에서 독자적으로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가 공표되었다. 두 결과를 놓고 봤을 때 내 생각은 In P Mn Zn 등으로 구성된 퀀텀닷이 함유된 게 맞는 것 같다는 입장이다.
아직도 추측성 수식어가 붙어있는 이유는 이것이 아주 명확하게 입증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제대로 입증하려면 정말로 공정 과정에 대한 모든 것을 오픈해야 한다. 이것은 제조사에서도 영업비밀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이고, 나도 그 정도까지 공개하는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뭐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해서 더 검증해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계속해서 퀀텀닷이 있다는 증거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이후의 쟁점들은 정말로 퀀텀닷이 있느냐에 대한 것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관점의 제품 스펙에 관한 내용이 되었으면 한다. 다만 회사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In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번에 또 어떤 사람이 퀀텀닷 유무에 대해 질문할 때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분석결과를 추가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다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아직도 이 모니터에 대해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을 논하기에 앞서 약간의 부연설명을 해야할 것 같다. 지난 번에 썼던 글의 의도는 사람들이 잘못된 근거과 논리로 회사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썼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내 글을 접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퍼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나의 글이 어떻게 왜곡되어 전달되는지를 확인했다. 역시나 사람들은 글이 길어지면 제대로 읽지 않는다. 이해하려는 시도도 거의 없다.
저번 글과는 달리 이번 글은 모든 사람에게 읽혔으면 하지는 않는다. 정보가 부족하여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할 수 없었지만 더 알고 싶은 사람들 또는 이 제품 구매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물론 나도 지식의 끝판왕이 아닌데다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상당부분이 추측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의 추측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현대의 소비자가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터넷에 표현되는 양상은 극히 일부일 뿐이고, 대다수는 나의 추측을 보고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
현재 가장 궁금한 부분은 분명히 현재 디스플레이업계에서 이 사건에 대해 주목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실제로 현업에서 디스플레이 연구개발을 하시는 분들이나 품질검증을 하시는 분들도 이것을 접했을 텐데 왜 이렇게 침묵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나야 뭐 아직 대학원생 나부랭이니까 현업을 잘 몰라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같은 현업인으로서 충분히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불쌍하다고 생각했다면 회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 사건이 중소기업 하나가 고객대응의 실패로 자폭하는 사소한 사건으로 보였을까? 굳이 나서봤자 득될 게 하나도 없어서인가? 많은 궁금증이 생기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S 디스플레이 사와 L 디스플레이 사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지인을 통해 분위기를 확인해볼 예정이다.
왜 많은 스펙 중 하필 퀀텀닷 유무 관련으로 논란이 되었나?
이 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자.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의 가성비에 주목하였고, 지금 다시 봐도 표기스펙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비록 해상도는 FHD지만 27인치에서 165Hz 주사율, sRGB 123%에 해당하는 광색역, 원래는 시야각이 잘 안나오는 VA패널이지만 178도 광시야각 (이것에 대해 잘 아는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각도별로 액정을 다르게 구현해서 광시야각이 가능하다고 한다. 역시 공학자들이란...), 응답속도 1ms, IPS보다 월등한 명암비 3000:1, 그리고 가격은 30만원. 이것들이 모두 사실이고 제품의 신뢰성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나라도 구매를 고려했을 것이다. 홍보를 담당했던 많은 유튜브 리뷰어들도 그래서 써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제품이 믿을만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구매를 했을 것이다. 특히 퀀텀닷이라는 용어를 내세워 홍보를 했기 때문에 개중에 어떤 사람들은 와 나도 제대로 된 퀀텀닷 모니터좀 써보자 하는 생각으로 제품을 구매했을 것이다.
구리구리뽕뽕 이라는 사람도 처음에는 회사를 믿고 구매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제품의 품질이 너무 실망스러웠고, 퀀텀닷이 적용된 모니터치고는 색깔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업체에 문의를 넣었더니 퀀텀닷 필름이 들어있다고 답변을 받았다. 납득이 되지 않아 제품을 뜯었더니 퀀텀닷 필름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퀀텀닷이 들어있는지부터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참고로 현재의 퀀텀닷 기술을 적용하면 일반 형광체가 들어간 LCD에 비해 높은 색순도를 구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구리구리뽕뽕이라는 사람 기준에는 7년 된 IPS 모니터 (이것도 LCD모니터이다) 보다도 색감이 더 안좋다고 느꼈나보다. 그래서 문의를 넣은 것이다.
그러나 추가 문의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업체가 퀀텀닷 필름은 없고 백라이트 안에 퀀텀닷이 들어가있는 온칩 방식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 이제는 백라이트를 뜯어본다고 바로 퀀텀닷이 들어가있는지를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업체에게 이를 입증해 보이라고 요구했다. 그 외에도 말을 계속 바꿨던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업체의 신뢰도에 상당히 금이 가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업체에서 주장한 온칩 방식 퀀텀닷 LED는 퀀텀닷이 열에 의해 변성되는 문제로 구매자가 오랫동안 사용할 만큼의 신뢰성이 있는지도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더더욱 퀀텀닷이 아닌 다른 것으로 구현된 LED일 거라는 의심이 강해졌고 이에 대해 수많은 추측이 오가는 상황이었다.
며칠 뒤 업체에서 기술 문서를 공개했다. 나름대로는 심혈을 기울였겠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특히 열 변성을 극복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설명이 부족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자료를 보고 나서도 온칩방식 퀀텀닷이 맞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표시했다.
이쯤이 내가 이 사건을 알게 된 시점이다. 내가 직접 지난 글에서 팩트체크를 해본 결과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때까지 나온 증거들(백라이트 흰색인 점, 퀀텀닷 필름이 없는 점)이 모두 설명되고 업체에서 관련 기술과 특허 목록까지 제시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조사해 봤을 것으로 추정하였고, 따라서 퀀텀닷 유무를 검증해 보고 제품을 출시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의문 해소에 도움을 주고자 다나와에 '이 기술이 적용된 것이 맞다면 퀀텀닷이 맞다'라고 댓글을 작성했다. 그러나 위에도 말했듯이 기술 문서에서 제시한 설명이 완벽하진 않은데다 아직도 회사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구리구리뽕뽕님 을 포함한 다수의 사람들이 더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렇게 퀀텀닷 유무논란은 더더욱 커진 것이다.
나는 색좌표 변화 등 다른 스펙 부분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퀀텀닷 유무조차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으면 이러한 것들이 의미가 없겠다 싶어 가만히 있었다. 그래도 업체가 퀀텀닷 유무로 거짓말을 하고있지는 않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던 중 다른 사람이 올린 영상에서 측정한 스펙트럼을 발견했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청색 LED + 퀀텀닷 형광체만 적용한 디스플레이의 특성과는 너무 달랐고, 특히 청색 LED + 일반 적록 형광체를 적용한 디스플레이의 특성과 너무나 유사했다. 그래서 이 영상을 보고 혹시나 업체가 이번에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돌아섰다. 그래서 나도 그 이후로는 퀀텀닷이 적용되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성분분석 결과에 따르면 퀀텀닷이 있는게 맞는가?
우여곡절 끝에 구리구리뽕뽕님과 오리온 탑싱크 회사에서 독립적으로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를 같은 날 발표했다. 구리구리뽕뽕님 글은 직접링크가 불가능한데 상품의견 페이지는 여기 를 클릭하면 되고, 회사에서 공개한 성분표는 여기 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이런 성분분석 방법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고 각 방법에 대한 정확한 원리는 찾아보지 않았지만, 구리구리님이 제시한 우리학교 이도창 교수님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을 포함하여 몇 개의 논문을 더 찾아본 결과 ICP-MS 방법이 더 정밀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각각의 성분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자.
가장 먼저 카드뮴(Cd). 이건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변성이 좀 덜 일어나는 퀀텀닷의 원료 중 하나이고, 전도성 배선이나 LED 발광체 또는 외장의 성분에는 포함될 일이 전혀 없는 물질로 알고 있다. 따라서 LED의 다른 부분이 섞여들어갔다고 해도 퀀텀닷에 카드뮴을 쓰지 않았다면 원래는 검출되지 않는 게 맞다. 다만 외부 오염을 통해 섞여들어갔을 수는 있다. 우리가 먹는 물에도 극미량의 카드뮴이 섞여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다만 그 양이 너무나 미미하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이고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기준치를 정해 놓은 것이다. 기준치 미만이면 합격. 그러나 이번에 나온 결과가 기준치 대비 어느정도인지 또는 외부오염이 아니라 카드뮴이 들어간 퀀텀닷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찾아보지 않았다.
다음으로 인듐(In) 과 인(P). 내가 알기로도 상용화 가능한 Cd-free 퀀텀닷의 대표주자는 단연 InP 퀀텀닷이다. 이것들은 정확히는 퀀텀닷의 core-shell 구조에서 core로 들어가는 물질이다. 탑싱크 기술설명 에서도 순위가 앞에 있고, 구리구리님도 그래서 InP 성분이 검출되는지를 검증해 보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반론이 제기되지 않았다. 성분분석 결과를 보면 두 방법 모두 인 성분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검출되었다. 그렇다면 인듐 성분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검출이 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탑싱크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0.1보다 작은 수준이라 검출이 안된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분석방법에 의한 차이로 보인다. 추후 동일 분석방법에 대해서도 이러한 결과가 나온다면 이제 누구 결과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 될 것이지만 없는 게 있다고 검출되기는 어려우니 일단은 구리구리님의 ICP-MS결과에 따라 인듐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믿기로 했다.
다음으로 망간(Mn)과 아연(Zn). 이것들은 InP 퀀텀닷에 첨가될 수 있는 물질들이다. 탑싱크 기술설명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LED를 개발한 중국업체로부터 오리온 탑싱크 담당자가 정보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충 찾아보니 코어 물질로 들어가기도 하고 쉘 물질로 들어가기도 하는 것 같다 (아래 그림들 참고). 어쨌거나 이런 물질들이 포함된 게 특별한 일은 아니고, LED를 개발한 중국업체가 배합비율이나 공정에 대해서 비법을 갖고 있는 것이 맞을 것이기 때문에 세부 분자구조같은 것들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파헤치게 되면 기업비밀을 까발리는 진정한 블랙컨슈머이지 않을까. 어쨌거나 이러한 성분들도 포함되어있다는 것을 오리온 탑싱크의 성분분석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자료들을 확인해 봐도 성분분석 결과들과 퀀텀닷이 있다 라는 주장에는 모순이 없어 보인다. 다만, 만약 구리구리님의 결과가 없이 탑싱크에서 제시한 분석결과만 봤다면 엥? 인듐이 왜 없지? 또 거짓말인가? 이생각을 했을 것이다. 두 결과가 모두 공개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퀀텀닷이 없다 + 이러한 원소들이 QD가 아니라 다른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라는 주장과도 모순이 없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도창교수님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처럼 흡수스펙트럼도 찍고 XPS도 찍고 TEM도 찍고 XRD도 찍고 NMR도 찍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최종 모니터 제조업체에서 이것을 다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오리온 탑싱크 측에서는 중국 회사에게 '우리의 고객들이 귀사가 제작한 LED의 퀀텀닷 여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QD임이 자명한 자료를 보내달라'라고 요구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LED 개발업체에서는 이에 대한 자료를 분명히 갖고 있을 것이다. 영업비밀이라서 공개하지 않을진 몰라도.
일단 나는 정황상 QD가 있다는 것으로 믿기로 했다. 그리고 이후의 내용들에서는 QD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진행할 것이다.
스펙트럼이 이상한건 어떻게 된건가?
이제 다시 스펙트럼 문제를 보자. 내가 아는 퀀텀닷 디스플레이의 스펙트럼은 아래 사진의 QLED TV와 같은 경향성을 띈다. 가로축은 파장(nm)이고 세로축은 상대적 조도(relative illuminance)이다.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450~500nm 파장에 빛이 있으면 우리 눈에 파란색으로 보이고, 500~600nm 파장에 빛이 있으면 초록색, 600~700nm에 빛이 있으면 빨간색으로 보인다. 다행히 그림에 색으로 잘 표시되어 있어서 그 색깔 기준으로 봐도 된다.
이 중 파란색 부분은 일반 무기물 LED에서 나오는 빛이고, 초록색과 빨간색은 파란빛을 흡수한 형광체가 내는 빛이다. QLED TV의 경우 퀀텀닷이 적용되어 있고 초록색과 빨간색에서 피크가 하나인 부드러운 곡선모양을 띈다. 이러한 곡선은 발광 물질의 고유특성이기 때문에 스펙트럼만 보고도 대략 어떤 물질이 포함되어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중요하게 볼 부분은 색깔별 피크 파장과 옆으로 퍼지는 정도이다.
나는 OLED연구자라서 이런 LCD 모니터 스펙트럼만 보고 저게 무슨 물질인지 바로 알아맞출 수 없었다. 그러나 다음을 기준으로 탑싱크 퀀텀닷 모니터에 들어간 물질을 추측해 볼 수 있다.
QLED TV: 파란색 LED + 초록색 퀀텀닷 형광체 + 빨간색 퀀텀닷 형광체
아이맥 프로: 파란색 LED + 초록색 일반 형광체 + 빨간색 일반 형광체
이걸 놓고 생각해 보면 탑싱크 퀀텀닷 모니터의 빨간색은 퀀텀닷이라기보단 일반 형광체에서 나온 빛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초록색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초록색의 피크 파장을 보자. QLED TV와 아이맥 프로의 경우 530선보다 오른쪽에 피크가 있다. 그런데 탑싱크 모니터의 경우 530보다 왼쪽에 피크가 있다. 디스플레이에서 10nm의 차이는 단순 오류라기엔 꽤 큰 차이이다. 따라서 양쪽의 모니터와는 다른 새로운 물질을 사용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이것이 QD에 의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앞의 성분분석 결과를 고려했을때 QD가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이 초록색 부분에 퀀텀닷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측은 탑싱크에서 공개한 문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 사진에서 보라색 자외선 램프는 청색 LED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이 빛을 흡수하면 형광체는 빛을 낸다. 만약 초록색 퀀텀닷 형광체와 빨간색 퀀텀닷 형광체가 모두 빛을 냈다면 초록색+빨간색이 섞인 노란색 또는 흰색에 가까운 빛이 보여야 한다. 그런데 사진에서는 바닥도 그렇고 주변부도 그렇고 초록빛이 매우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것은 만약 빨간색 퀀텀닷이 들어갔더라도 그 양이 초록색에 비해 매우 미미하거나 아니면 아예 없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OLED를 많이 측정해본 경험상 저기서 나오는 저런 초록색은 520nm근처의 피크파장을 가질 때 보이는 색이다. 이 현상은 위에서 추측한 것과 모순이 없다. 빨간색에 대해서는 만약 일반 형광체가 들어갔었더라도 발광을 하는게 맞을거같긴한데, 초록색이 너무 쎄서 안보인건지 뭔지는 판단할 수 없었다.
빨간색을 무시하고 초록색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초록색 퀀텀닷 형광체만 들어가 있다.
2. 일반 초록색 형광체와 초록색 퀀텀닷 형광체가 같이 들어가있다.
이 때 초록색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는 이전 글의 댓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재 디스플레이 색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초록색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록색 빛이 얼마나 잘 유지되느냐는 것과 색좌표가 얼마나 잘 유지되느냐는 거의 동등한 의미이다.
빨간색이 다른 디스플레이들에 들어가는 것과 유사한 일반 형광체를 사용했다고 하면 그 수명은 충분히 길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을 고려하면 초록색도 일반 초록 형광체랑 퀀텀닷을 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오랜 시간에 걸쳐 초록색 퀀텀닷이 죽더라도 일반 초록 형광체가 남아있다면 색좌표가 살짝 뭉개지긴 해도 아예 죽진 않을 것이다. 이는 내가 이전에 우려했던 YAG+QD 형광체의 경우보다는 훨씬 긍정적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모니터는 퀀텀닷이 다 죽어도 YAG를 쓰는 보급형 LCD가 아니라 아이맥급의 색좌표는 나온단얘기다. 이에 대한 근거는 다음 항목에서 다루겠다. 만약 초록색에서 일반 형광체를 안썼다고 생각하면....음........ 1000시간 뒤에.....
정리해 보면 나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파란빛: 청색 무기물 LED
초록빛: 일반 초록 형광체 + 퀀텀닷 초록 형광체
빨간빛: 일반 빨강 형광체 (+ 퀀텀닷이 있더라도 티도 안나는 극미량)
수명 테스트 성적서 결과를 믿어도 되나?
앞에서 정리한 내용과 같이 추정해 보면 탑싱크에서 제시한 가속 수명 테스트 결과도 이해가 된다. 테스트 결과에서 확실한 부분만 말하자면 섭씨 40도와 습도가 40~80%로 유지되는 방 안에 30개의 모니터를 놓고 2302.59시간동안 흰색/빨간색/초록색/파란색 을 번갈아가면서 표시했을 때 fail이 한개도 안나왔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온도 등등 보정하는 식에 넣어서 계산을 해보면 모니터 수명이 3만시간이 나온다는 얘기다.
평가 절차에 보면 Color shift라는 부분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게 어디까지 허용하는지는 설명이 없어서 업계 표준이라고 하는 MTBF테스트에서 업계 관행처럼 쓰는 값이 있는건지에 대해 업계 지인에게 물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값을 말하면 안될 것 같은데 하여튼 특정 회사에서 품질관리할때 쓰는 색좌표 변화 허용범위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 그리고 이 값은 꽤 작다.
어쨌거나 현재 판단한 정보만으로 보면 3만시간을 버티는 모니터의 비결은 일반 녹색 형광체를 써서 QD가 죽더라도 색좌표가 기준치 이상으로 유지되었을 것 같다는 추측이다. 내 추측이 맞다면 뭐 초기보다는 안좋아지더라도 아이맥급 색감은 기대하고 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렇다고 하면 어떤 사람이 말했던 것처럼 '퀀텀 향(香)' 모니터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물론 이 추측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오리온 탑싱크측의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품질관리팀장이란 분은 본인이 디스플레이 수명에 대해 직접 경험해 봤을테니.. 발광물질로 뭐가들어갔건 저 테스트 후에 평균적인 색좌표가 sRGB 몇퍼센트였다거나 NTSC 몇퍼센트였다거나 하는 정보를 제공한다면 소비자들이 제품 수명에 대해 판단하는 좋은 근거가 될 것이다.
이후부터는 이 사건에 대한 내 생각에 대해 다루겠다. 관심 없는 사람들은 읽지 않아도 좋다.
왜 이런 진흙탕 싸움이 일어났나?
이전 글을 쓴 이후 파코즈, 웃긴대학, 루리웹, 클리앙, 뽐뿌, 네이버카페 등등 많은 커뮤니티에서 유입이 되었고, 내 글을 본 사람들은 이 글을 어떻게 생각하나 해서 유입경로를 역추적해서 들어가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퀘이사존의 리뷰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이 논란이 시작되기 거의 6개월 전인 2019년 8월에 업로드된 영상이다. 이 영상의 약 1분 20초경에 온칩 방식으로 구현했다는 언급이 있다. 그러므로 이미 회사 내부적으로는 이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으며, 이것을 전달받은 퀘이사존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했을 것이다. 다만 운이 없게도 구리구리님에게 초기 대응한 직원이 이 사실을 잘못 알고 퀀텀닷 필름 방식으로 안내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시너지를 일으켜 현재까지 와 버린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초기에 바로 이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정정하고 대응을 잘 했더라면..
이외에도 논란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잘못된 정보들.. 내 생각엔 고의는 아니고 그냥 직원의 기술적 이해도 부족과 증거자료 부족을 포함한 전반적인 회사의 역량 부족이라는 생각뿐.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문제는 나도 이번에 처음 겪어봤는데 인터넷상에는 분탕러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분탕러가 나오면 쫓아버리면 된다. 그런데 인터넷상에서는 쫓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비록 소수지만 이 사람들 때문에 정상적인 논의를 이어가는데 방해가 되고, 감정적으로 고조되다보면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하도 날뛰다보니 구리구리님도 본인과 다른 의견이 나오면 탑싱크 관계자로 몰아가고, 탑싱크 쪽에서도 정신줄을 놨는지 댓글 쓰는 사람들을 공격하다가 갑자기 역시 디스플레이는 LG입니다 이러고있고..... 하여튼 나는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걸 보기가 정말 힘들었고, 본업도 있지만 틈틈이 와서 막으려는 시도도 했었다. 그 과정에서 미쳐돌아가는 여론을 의식했는지 나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기존 구매자에 대해 품질 평생보증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만 현재에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느낌이다.
원래는 분탕러만 없었어도 나는 이전 블로그 글까지만 쓰고 조용히 빠지려고 했다. 내가 뭐 구매자도 아니고 남의 일에 왈가왈부하는게 어떤 사람 눈에는 매우 안좋게 보일수도 있고, 솔직히 이런 진흙탕 싸움에 들어가서 내가 뭘 얻겠는가... 이전 글 및 댓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댓글 하나하나마다 해명을 달아주는 것은 매우매우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나는 내가 생각한 대로 행동하고, 무비판적으로 둘 중 어느쪽의 의견에 동조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제3자이다. 구리구리와 회사가 논쟁을 벌이는 걸 보고 아무나 공격해본 다음 아님 말고 식의 지극히 가벼운 마인드. 자꾸만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가볍게 한 마디로 공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방어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그래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정말 이건 심각해서 도저히 안되겠다 하는 상황이 오면 한번씩 가서 글을 썼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이짓을 왜 하고있나?
나도 이번 일에 참여하면서 엄청난 시간의 손해를 봤고 누가 이러라고 시키지도 않았고, 이에 대한 보상도 당연히 없다. 심지어 진흙탕 싸움의 끝에 양 측 모두 엄청난 금전적 시간적 출혈이 있었고, 둘 다 승리했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뭔가 나의 행동에 대한 보람도 거의 없다. 나도 패배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시간을 투자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해서도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다. 처음에 내가 지인 카톡방에서 얘기를 주고받으며 검증을 끝냈을 때 한명이 나에게 다나와는 가지 말라고 말렸다. 당시의 나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점들에 대해 근거가 충분했고, 그것을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근거 있는 주장을 하길 바랬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고소 등의 위험을 포함하여 부담이 꽤 크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누군가 나를 직접 찾지 않는 이상 이렇게 행동하지 않으려고 생각 중이다. 물론 이전 글의 댓글에서는 응원해 주는 사람도 있었고 순수한 호기심으로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환영한다. 그리고 근거 있는 비판도 환영한다. 다만 감정적으로 싸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인 카톡방에서는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이슈들에 대해 수많은 건설적인 논의가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세상에 나오는 일은 앞으로 없지 않을까.
이 블로그도 얼마 전에 다시 이것저것 쓰려고 테마도 바꾸고 몇 개의 글을 끄적거려보기도 했는데 이번에 하나의 거대한 일을 겪고나니 후폭풍이 상당히 크다. 쓰려고 준비해둔 내용도 있고 결론이 나온 것들도 있는데 키보드에 손이 잘 가지 않아서 완성을 못하고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본업에도 영향이 좀 갔다.
결론
내가 판단하기에는 퀀텀닷 적용여부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고, 수명문제에 대해서도 내가 추측한 것이 맞다면 아주 심각하게 걱정할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여러 자료조사를 해 본 바로는 이 모니터는 표기스펙에는 없지만 이래저래 부족한 부분들이 보이는 모양이다. 추후 구매시 가성비 모니터인 것을 감안하고 구매하길 바란다.
2020.03.18 추가
오늘 오리온 탑싱크에서 발표한 입장문을 보고 그동안 내가 헛짓을 하고 있었구나 싶다. 나름 회사에도 도움되고 소비자에게도 도움되는 방향의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우리는 환불요청에는 다 환불 해주었으니 구매자 아니면 입 다물어라 하는 내용을 길게 늘려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마지막 희망이라도 걸어보고 있었는데, 이전에 구리구리님과 통화에서 다리위에 올라가네마네 하면서 제발 믿어달라고 했다던 품질팀장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내가 위에서 추측했던 그 무엇에 대해서도 제대로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 그냥 이대로 입만 막으면 되는 것인가? 그동안 나의 행보를 봐왔던 사람은 내가 느끼고 있는 바를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여론만 잠재우면 된다는 마인드 잘 알았고,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는 나는 절대로 이 회사 또는 이 회사가 사명변경한 회사 또는 관련된 회사 물품을 쳐다도 보지 않을 것이다. 잘가라 오리온. 앞으로 내눈앞에 안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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