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의 여백

바쁜 나날들 사이에서 생각났던 이런저런 것들을 적어봅니다.

일상./생각 19

3주간의 매일 글쓰기 챌린지를 마무리하며

들어가며 기나긴 3주간의 매일 글쓰기 챌린지가 벌써 마지막 날이다. 원래의 예상과는 다르게 본업이 매우 바빠진 상황에서 작성하다 보니 퀄리티 컨트롤이 잘 되지 않았거나 초기 의도와 맞지 않는 글들이 양산된 것 같은데, 어쨌든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마무리 단계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평소 성향과 맞지 않던 글쓰기에 도전해 보면서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는데, 챌린지의 마지막 글인 만큼 그 동안 들었던 생각들에 대해 정리해볼까 한다. 원래의 글쓰기 성향현재 블로그 포스팅 스타일은 '나만이 쓸 수 있는 완성도 있는 글을 내자' 이다. 이전에 봤던 윌리엄 케일린의 말에서 영감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만이 작성할 수 있는 글이 아니라면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 할 것이고, 그렇다면 결국 같은 일에 ..

일상./생각 2024.11.27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

최근 몇 주간 퇴근은 커녕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일이 이론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 제한이 걸려 있어서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제대로 맞춰서 끝낼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삶을 살았던 적이 있는데, 딱히 밀도가 부족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된 건지 또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고 했던가, 그런데 이전의 경험상 웃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이다. 일례로, 저번에 출장을 갔다올 때 원래 거주지로 돌아오는 교통편 예약에 촉박하게 지하철을 탔었는데, 지하철로 30분 남짓 걸리는 거리를 앞 차를 놓치는 바람에 지하철 내리면 버스 탑승까지 예상시간이 1분밖에 남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같이 갔던 사람은 버스 시간이 달라서 혼자서만 초조한 상황이었는데, 어차피 내가 바..

일상./생각 2024.11.26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장 준비사항

들어가며올해 초 써놨던 해외 학회에 구두발표자로 선정되어 내년 1월 말에 미국을 가게 되었다. 간만에 가는 미국인지라 예전 자료를 뒤적이면서 준비를 했는데 점검사항들을 간단하게 기록으로 남겨 볼까 한다. 준비물 1: 여권비행기를 타려면 여권은 필수이다. 발급 비용은 약 4만원, 발급 기간은 공식적으로는 10일인데, 10일보다는 빨리 나온다. 이거 없으면 아무것도 진행을 못하므로 유효기간 내의 여권이 없는 경우 최우선적으로 신청해야 한다. 신청은 가까운 구청 이상급 관공서에서 할 수 있고, 동사무소나 주민센터에서는 여권 발급해 주지 않기 때문에 주의한다. 여권 신청을 위해서는 신분증과 여권사진이 필요한데, 일반 증명사진과 다르게 뒷배경이 흰색이어야 하고 사진 크기도 약간 다르고 눈썹과 귀가 보여야 하므로..

일상./생각 2024.11.25

업무를 카톡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

몇 주 전 일요일 밤, 평화로운 주말에 폰이 지이잉 하고 울렸다. 이메일이었고, 제목은 뭔가 업무관련인듯했으나 다음 날이 월요일이니 내일 처리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집안일 등 여러 본업 외적인 일들을 먼저 끝내고 잊어버렸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메일 앱을 열어보니 나도 모르는 새에 교수들끼리 이메일이 수 차례 오갔고, 이미 내가 그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어있었고, 관련 내부회의가 월요일 아침에 잡혀 있는 것이었다. 아. 준비 안했는데 어떡하지.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급하게 사무실 자리에 앉으니 5년짜리 정부에서 주관하는 프로젝트 (보통 정부과제라고 부른다) 의 킥오프 미팅을 위한 자료준비가 필요한 거였고, 아예 처음 보는 주제라 급하게 GPT나 Gemini 등 언어모..

일상./생각 2024.11.15

가설-실험-검증-공유. Why not?

진짜 이과시네요대학원 시절, 후배에게 들었던 말이다. 자기도 공대 대학원생이면서 나보고 이과라고 하는 건 감정을 배제한 판단을 칭찬하는 것인가, 아니면 피도 눈물도 없는 점을 돌려 까는 것인가. 요즘 말로 하면 "T발 씨야?"에 해당하는 듯한데, 어쨌거나 각종 현상에 대해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성향인 것은 맞는 듯하다. 평소에 복잡한 개념을 간단하게 축약해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기나긴 대학원 생활 동안 연구활동을 하면서 쌓은 개념을 한 줄로 표현하면 이 글의 제목과 같이 가설-실험-검증-공유이다. 그리고 이 문구는 현재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잠금 화면에 적혀 있다. 사실 이 절차는 학술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익숙할 것이다. 확인하고 싶은 이론이 있다면 적당한 가정을 한 뒤에, 그 것을 확인할..

일상./생각 2024.11.13

기획연재 - 04. 일필휘지. 시작은 좋았으나

현재 엘살바도르 대통령인 부켈레는 수 년 전부터 비트코인에 나라를 걸어버린 장본인이다. 여기서 가치나 변동성 따위를 논하려는 건 아니고, 어쨌든 남들이 안 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개인의 판단에 나라의 운명을 거는 것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 있겠지만, 그 결단력과 실행력만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역사는 이런 예외를 기록하게 마련이다. 재즈는 즉흥성에 기반한 음악의 한 장르이다. 기존의 음악에서 들을 수 없었던 리듬과 전개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바로 다음에 어떤 것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외의 연결성을 발견했을 때, 감동이 몰려온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전개를 과감히 도전해 보기도 하고, 때로는 안전하게 변주를 하기도 하는 일련의 절차가 재즈를 표상한다..

일상./생각 2024.11.12

기획연재 - 03. 이름 짓기. 익숙하지만 참신한

닉네임을 적으라는 빈 칸을 앞에 두고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찰떡같은 이름이 불현듯 떠오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떤 이름을 지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꽤 많은 시간을 써버리곤 할 것이다. 새로운 시작에는 대개 이름 짓기가 수반되는데, 내용이 길면 안 보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기억에 남는 이름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한 때 유행했던 것으로 제목학원이라는 것이 있다. 사진이 주어지고 사진에 가장 적합한 제목을 적는 것을 놀이로 하는 문화로, 대부분은 유행을 타기 때문에 잠깐 반짝했다 사라지지만 몇몇은 잊혀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된다. 나중에는 제목만 봐도 사진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기억의 궁전은 기억술의 한 갈래이다. 연관성이 전혀 없어보이는 사물도 어떻게..

일상./생각 2024.11.11

기획연재 - 02. 저널리즘. 무엇이 보존되는가?

영상 매체가 주류가 되어버린 2020년대에는 구독자 수가 곧 영향력을 의미하는 지표가 되었다. 더 많은 사람을 모을수록 생각의 전파는 더 쉬워진다. 다만 시청자의 수준도 높아져서 예전과는 달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해 보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물론 그만큼 더욱 지능화된 딥페이크 등이 등장하여 진위여부의 분별이 어려운 계층과의 격차는 더 커지는 부작용도 있기는 하다. 대부분의 정보는 시한부이다. 같은 내용으로 오래 갈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면 후대에게 선견지명이라고 불릴 수도 있고, 혹자는 그것을 진리라고 믿게 될 지도 모르겠다. 사견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정보의 수명은 대체로 짧아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사실만 기록하면 오래 갈 수 있을까? 사진기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기록하는..

일상./생각 2024.11.10

기획연재 - 01. 바니타스. 나를 남기는 시도에 대하여

정보의 관점에서 일상을 바라보면 정보를 흡수하는 시간, 처리하는 시간, 방출하는 시간으로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흡수와 처리에 쓰고, 방출하는 시간은 극히 일부이다. 요즘에는 흡수에 쓰이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주는 기술들이 많이 나와서 사실상 대부분의 시간을 처리에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임 없이 의심하는 습관이 들어서 그런지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한 번 그 과정을 통과하면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정보를 습득 및 처리했다면 다음은 방출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안다 라는 것에 대한 정의는 아직도 논쟁적이지만, 어쨌든 아는 것과 표현하는 것은 서로 다른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험을 그대로 전달하는 텔레파시 기술이..

일상./생각 2024.11.09

기획연재 - 00. 프롤로그. 만 년 뒤를 위한 백업

스마트폰도 없던 중학교 시절부터 디지털 세계에 눈을 떴던 나는 숙제 내용을 워드프로세서에 옮겨 적곤 했다. 당시엔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지금에 와서는 20년 넘게 쌓여온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가끔 생각날 때 옛날 작업물들을 열어보면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볼 필요가 없는 쓸모 없는 내용이지만, 간혹 시간 간극을 뛰어넘어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도 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끊임 없이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당장 일 주일 전의 일도 잊어버리고 만다. 자동완성에 기반한 거대 언어모델이 개별 인간의 평균치를 상회하는 2020년대에도 경험을 온전히 기록하는..

일상./생각 2024.11.08

고심 끝에 구글 매도결정

시간이 많지 않아서 충분히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남긴다. 그동안 챗GPT를 직접 써보거나 주변 사람에게 써보게 시키거나 제3자가 나한테 들고 왔을 때의 경험 등 여러 가지를 종합했을 때 구글(내가 보유중이었던 것은 알파벳A인데 편의상 이하 구글로 적음) 을 매도하는 게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매도결정의 가장 큰 트리거는 최근 본업 관련해서 구글 서치를 밤을 새워가며 몇날며칠 해서 논문을 찾을 일이 있었는데 논문이 나오지 않았고, 오늘 내 연구결과 발표하면서 보스가 코멘트를 할 때 챗GPT에 발표내용에 있던 내용 중 내 아이디어(기존에 세상에 없던 개념이었음)을 설명해보라고 쿼리를 넣었고 답변에서 내 생각과 일치하는 방향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틀렸거나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었지만..

일상./생각 2023.02.25

주식 투자 및 자본주의에 대한 짧은 생각

시가 총액은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 내 생각: 그렇기 때문에 미래 가치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장 참여자의 수준은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자부터 수많은 경험과 이론으로 다져진 전문가까지 다양하다. 내 생각: 그러나 시장에 신규 유입되는 자본의 규모는 해당 참여자의 수준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고 본다. 따라서 합리적으로 생각만 한다면 비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참여자의 자금을 내 평가금으로 끌어올 수 있다. 물론 좋은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면 물가상승률 대비 기업이 혁신하는 만큼 보너스를 더 얻겠지만, 모든 투자자가 합리적이 되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그 비중보다는 비합리적인 참여자가 잃는 자본을 얻어오는게 더 크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심리는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다..

일상./생각 202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