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도 없던 중학교 시절부터 디지털 세계에 눈을 떴던 나는 숙제 내용을 워드프로세서에 옮겨 적곤 했다. 당시엔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지금에 와서는 20년 넘게 쌓여온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가끔 생각날 때 옛날 작업물들을 열어보면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볼 필요가 없는 쓸모 없는 내용이지만, 간혹 시간 간극을 뛰어넘어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도 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끊임 없이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당장 일 주일 전의 일도 잊어버리고 만다. 자동완성에 기반한 거대 언어모델이 개별 인간의 평균치를 상회하는 2020년대에도 경험을 온전히 기록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