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의 여백

바쁜 나날들 사이에서 생각났던 이런저런 것들을 적어봅니다.

IT/전자기기

WD 마이북에서 추출한 12TB HDD에는 헬륨이 들었을까?

Eli♪ 2019. 12. 24. 02:39

HDD 구매 - 하드 추출

하드디스크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기술인데, 하드포함 NAS나 외장하드같은것들이 블랙프라이데이 등 많이 세일할때 사면 오히려 안에 들어있는 하드를 따로 사는 것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분명히 부속품이 더 많이 들어갔을텐데, 정말로 이런 경우가 있다 (역으로 말하면 원래 제품에서 그만큼 마진을 많이 남겨먹고 있었다는 소리일지도). 이런 제품을 구매하여 분해한 다음 안에 있는 HDD만 적출해서 컴퓨터에 꽂아 쓰면 가성비템이 완성된다.

 

하드값보다 싼 외장하드를 블랙프라이데이에 할인하면? Profit! (왼쪽 위부터 다나와, 쿠팡, 아마존 핫딜정보 공유사이트, 구글 환율 검색결과)

 

헬륨 하드?

WD Mybook 언박싱 전 사진. 지인 제공.

 

이번에 위의 방법으로 지인이 구매한 WD 마이북 제품이다. 안에 포함된 12TB HDD에는 '헬륨충전 공법'이 적용되었다고 한다. 헬륨충전... 예전에 어디서 주워들은 기억이 난다. 하드 안에 헬륨을 채워넣으면 뭐가 좋다고 했던거같은데 뭐였는지를 모르겠다. 액체헬륨 냉매로 쿨링을 시키나? 헬륨충전이 뭔지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아래와 같은 사진을 발견했다.

 

HGST 헬륨하드

대문짝만하게 헬륨이라고 써 있다. 그런데 WD 마이북을 분해해서 나온 하드디스크 사진을 보니 하드디스크에 써있는 글자들 중에 헬륨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진짜 헬륨이 들어있긴 한걸까? 궁금해졌다.

 

모델명으로 찾기

참고로 웨스턴디지털(WD)가 몇 년 전에 HGST를 인수했기 때문에 지금은 WD에서 구 HGST 기술을 활용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넘버링은 WD로 붙어나온다. 모델명으로 검색을 해보니 동일한 모델명인 추출된 하드를 찾을 수 있었다.

 

추출된 HDD와 같은 모델. 출처: https://www.reddit.com/r/DataHoarder/comments/dipv67/12tb_wd_mybook_shucked_wd120edaz_inside/

IU HA 500 이건가? 하고 찾아봤는데 그게 써있는 다른 HDD에서 air모델이라는 링크를 발견했다. 이건 아니고... WD의 모델명 읽는법을 검색하다가 패스마크 사이트에서 하드 네이밍 규칙을 발견했다.

 

WD120EDAZ-11F3RA0니까....

WD = 회사명

120E = 12.0 TB

D = 엔터프라이즈 WD 랩터

A = 5400rpm

Z = ??

11 = ??

F = 83GB 플래터

나머지 = ??

 

이것만으로는 딱히 얻은 정보가 없었다. 더 찾아보니 WD에서 직접 만든 문서를 발견했다.

WD에서 만든 모델명 읽는법

엄청 자세히 써있었다. 다시 분석해보면

 

120E = 12TB 3.5인치
D = 엔터프라이즈/WD 랩터
A = 5400rpm 2MB cache
Z = SATA 6Gb/s 22pin connector

 

헬륨은?? 어딨는지?? 유일한 힌트인 랩터를 검색해보니 10000rpm 제품들이 나왔다.

랩터는 10k rpm이었다. 근데 rpm이 무색하게 SATA 1.5Gb/s 무엇 ㅋㅋㅋㅋ

이제품은 네이밍 규칙에 의하면 5400rpm인데... 이젠 막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네이밍 규칙을 믿어도 될까? 헬륨이 대체 어디에 들었을까.. 뭘 보면 확실히 헬륨이 들었는지 알 수 있을까?

 

헬륨 하드와 일반 하드의 차이?

다시 검색해 보다가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헬륨 드라이브를 아주 고급진 방법으로 뚜껑을 따버렸다. 멋있는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디 들어있던 헬륨이 어디로 샜는지?

 

또다른 정보를 발견했다.

숨구멍이 밀봉되어있으면 헬륨하드?

내가 알기로는 헬륨은 엄청나게 가벼운 기체라 그냥 날아가는데 저런 실링이 되어있다는것만으로 헬륨이 들어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더 찾아보다가 신박한 영상을 발견했다.

 

 

으아아니? 하드의 빈공간에 그냥 넣는거였어? 참고로 이 영상에서 헬륨과 무거운 가스와 질소 세가지를 넣었을때 동작 전류 변화를 잘 확인할 수 있다. 확실히 헬륨을 불면 전류가 낮아져서 전력소모가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데 헬륨은 위로 뜨는 기체인데 그 비싼걸 저렇게 막 쓴다고? 역시 양덕 클라스가...

참고로 영상에서는 15V로 동작시켰지만 원래 HDD 정격전압은 12V이고 정격전류는 0.55A 정도이다.

 

또 다른 영상에서 구멍 실링 말고 뚜껑 실링에 관한 정보도 발견했다.

유튜브 캡쳐

뚜껑에 납땜 비스무리한걸 해서 꽉 막는다고 한다. 이럴 정도면 숨구멍에 테이프 붙인게 제일 빠져나가기 쉬울거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는 헬륨 하드는 일반 하드보다 실링이 잘되어있고, 플래터 돌아가는 영역 전체에 헬륨을 채우며, 전력소모가 작다는 지식을 얻었다.

 

또다른 모델명 - R/N 번호

아직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검색을 해보다가 아까 찾아본 동일모델명 레딧 글의 댓글중에서 헬륨이 들어있다는 정보가 있었다. 진작 페이지내 검색좀 해볼걸... US7SAM120이면 헬륨하드란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아래에 R/N이라고 된 곳에 그렇게 적혀있었다. 이게 뭔가 했더니 이것도 모델명 비스무리한 거였다. 아까 용산 수리글을 보니 RN 이 달랐다. 이걸로 검색해보니 WD 공식문서를 발견했다.

HUH 모델명 어디서 본거같다??

모델명 HUH?? 어디서 많이 본거같은데? 바로 HGST의 네이밍 컨벤션을 따른 것이다. 지금은 WD에 인수되어 없는 회사지만 모델명은 그대로 쓰는가보다. 제품은 DC HC520이라고 하니 관련 문서를 찾아보았다.

HUH로 된 제품 번호 읽는 법

H = 히타치

U = Ultrastar

H = 헬륨

72 = 7200rpm

12 = 12TB (옆에 12000GB라고 된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1KB=2^10=1024 Byte인데 하드디스크 제조사들은 어떻게든 많아보이려고 1KB = 1000Byte를 쓴다. 256GB SSD를 사면 230몇이 뜨는 것도 다 이런 이유때문)

12 = 이름이 12TB

A = 세대

L = 높이 26.1mm

---- 2021-08-08 수정 ---

하드 용량이 많아보이려고 하는게 아니라 원래 킬로=1000이고 1024단위로 되는건 키비바이트(KiB)로 쓰는걸 권장하는데 MS가 말 안듣고 1024를 1K로 쓰는거였다. 하드 제조사들이 잘 지키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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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헬륨하드인 것을 확인했다. 검증 완료! 땅땅땅.

 

번외 - 헬륨 하드 밀봉 능력

자료 찾다가 봤던 영상인데 데이터센터에서는 이런 헬륨 드라이브를 어떻게 쓰는지에 관해서 2013년에 나온 영상이 있다. 쿨링을 위해서 아예 냉각수 비스무리한거에 담가버린다. 액체에 담가도 새지 않는 클라스 인정... 이정도면 헬륨이 누설될 염려는 안해도 될 것 같다.

 

 

다른 블로그에서도 다양한 밀봉처리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 http://datarescue.kr/221419876476

요약

  • 지인의 WD 마이북에서 추출한 12TB 하드는 R/N 번호를 봤을 때 HGST 생산라인의 헬륨 하드 제품이다.
  • 헬륨하드는 플래터 돌아가는 하드 내부 전체를 헬륨으로 채우고 겉을 밀봉하는데, 이러면 전력소모가 작아진다.
  • 헬륨하드는 뜯기도 힘들정도로 밀봉되어있어 헬륨이 새어나갈 걱정은 안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