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의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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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전문가에게 물어본 우주위협과 스타링크 위성

Eli♪ 2021. 5. 8. 23:40

로켓에서 방출되고 있는 스타링크 위성들. 출처: https://www.starlink.com/

들어가며

한 달여 전, 평소에 즐겨 보던 카오스 사이언스 유튜브에서 다음과 같은 영상을 보았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나오신 박사님이 국내외 우주 위험에 대한 감시 현황에 관해 개괄적으로 설명해 주는 대중강연이었다.

 

영상링크: youtu.be/aVomsAGukSA

 

평소에도 우주 관측 및 위험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2배속으로 돌려보니 약 한시간 정도에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질의응답시간에 질문들이 나오는데 즉석에서 답변하기엔 너무 길다고 제대로 된 답변을 듣고싶으면 찾아오라고 하는 내용이 간간이 나왔다.

 

나의 경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스타링크 위성들이 우주관측과 지구 위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궁금했었는데 강연 내용에 제대로 나오진 않았다. 이미 강연도 끝나버렸고 국내에서 이런거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어디 물어볼 데도 없었는데 혹시나 해서 위치를 찾아보니 천문연구원이 대전에 있었다. 거리도 가깝고 하니 질문도 하면서 겸사겸사 국책연구소 탐방도 하러가자는 생각이 들어서 천문연 홈페이지에서 강연에 나오신 박사님 이메일 주소를 찾고 연락을 시도했다. 답장이 거의 바로 왔는데, 다행히도 방문을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나도 본업인 연구때문에 시간이 잘 안나고 박사님도 센터장 업무때문에 바빠서 약 한달 뒤인 5월로 일정을 잡았다.

 

천문연구원 방문

약 한 달 뒤, 하루 휴가를 쓰고 평일이지만 같이 가겠다고 해준 지인 2명과 함께 천문연구원 입구에 모였다. KAIST에서는 택시를 타니 약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이전에 본업인 연구 관련으로 전자통신연구원이나 표준연구원을 방문할 일이 종종 있어서 나에게는 연구소 방문이 특별할것까진 없었다. 입구에서 신분증을 내고 채온을 재니 방문증으로 바꿀 수 있었고, 그걸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전에 지도를 찾아봤을 때는 이것저것 건물이 많이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거의 메인건물 한개가 제일 크고 나머지는 어딨는지도 모를 정도로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다. 

 

박사님 사무실에 찾아가니 책상 위에 쌓여있는 엄청난 양들의 책이 반겨주었고 (거의 영화에 나올 수준으로 바닥과 벽 빼고는 온통 책이었다), 그 안에 있던 다른 연구원분께 물어서 박사님을 만날 수 있었다. 만나자마자 아래 사진과 같은 메달을 하나씩 주셨다. 뒷면을 보니 2015년에 만들어진 것 같은데 남는 것인지 뭔지 하여튼 얼떨결에 받았다.

 

천문연구원에 가서 받아온 기념메달

 

그리고 본격적으로 근처에 있던 우주위험감시센터 회의실에 들어갔다.

 

우주위험감시센터에서 들은 국내의 우주위협 감시 현황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사방에 있는 모니터들과 거기에 표시된 추적 영상들이었다. 한쪽 면을 가득 차지하는 화면에는 몇몇 인공위성의 궤도들이 추적되고 있었고, 옆면에는 지구 근처에 무언가의 궤적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뒤쪽에는 전 세계에 위치한 관측 망원경(천문대)들의 사진과 제원들이 표시되어 있었고, 그 중에 우리나라의 보현산 천문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는 대략적인 사진이다. 실제로 가보면 왼쪽의 유리방 앞 천장 모서리쪽에도 모니터가 빼곡하게 많이 있고, 사진기 뒷면에도 거대한 모니터들로 꽉 차있다.

사진 출처: http://m.inews24.com/v/1364869

박사님께서는 마침 그날 인공위성 하나가 추락하는것때문에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셨고, 나중에 알고봤더니 중국 인공위성이었다.

m.inews24.com/v/1364869

 

[지금은 우주] 중국 로켓 잔해물 지구로 추락중…美 “무책임” vs 中 “걱정마”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8일에서 10일 사이에 지구 대기권으로 지난 4월 발사됐던 중국의 로켓 창정-5B호가 진입해 지구에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궤도를 분석했을 때 추락지점이 우리

m.inews24.com

어쨌거나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설명들을 들을 수 있었다. 생각외로 우리나라에서 우주위협 감시에 대한 체계를 구축한 것은 몇 년이 안되고, 얘기를 쭉 듣다보니 약 2015년도부터 급격하게 개발이 이루어진 것 같았다. 그동안에는 센터는 있었지만 망원경이 없어서 관련 학회같은데를 가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는데 조만간 칠레에 우주물체 감시 전용 망원경이 설치될 예정이라 이제는 당당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추가적인 설명을 듣지 않아도 열악한 환경에서 이정도까지 온 전문가 분들의 노고에 대해서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우리나라 시설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어서 미국 FBI나 CIA로부터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는데, 코로나 터지고 나서 약간 감시가 덜해졌지만 그래도 주기적으로 연구소에 직접 찾아온다고 한다. 무서운 사람들... 어쨌거나 우주위협 감시는 각 국가별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NASA 등 세계 각국의 기관들과 협력을 통해 우주물체 및 위성들에 대한 정보를 얻고 궤도에 대해 감시를 수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쪽의 메인 화면에는 우리나라에서 발사한 위성 몇 개의 궤적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뭐 대충 아래 사진과 비슷한 느낌인데 천문연 시설은 훨씬 고퀄이다)

Orbitron ( http://www.stoff.pl/ ) 프로그램을 통해 본 위성 궤도 추적

 

그리고 오른쪽 화면에서는 대략 아래와 같은 그림처럼 인공위성의 충돌확률을 계산한 결과를 보여 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직접 관측이 어려운 만큼 위치를 예상해서 계산할 수밖에 없는데 아래처럼 위치의 확률분포를 계산한 다음 두 인공위성의 covariance를 계산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값이 일정이상 높아지면 경보가 울린다고 한다. 대충 보니 숫자들이 보통 10^-7정도 수준이었다.

그림 출처: https://doi.org/10.1029/2017SW001705

 

옆면 벽에 있던 궤도 그림은 설명을 들어보니 지구 접근 천체들의 궤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구로부터의 거리를 lunar distance (LD)로 표시해놨는데, 4~7 LD 정도의 거리에 있는 소행성들이 화면에 표시되어 있었다. 큰 물체들은 대부분 찾았지만 아직도 수십m 급의 물체들은 대부분 못찾고 있다고 한다. 가로세로높이가 10m여도 그 무게는 몇만톤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구에 충돌하면 도시 규모는 한방에 날아간다고 한다. 칠레에 설치될 망원경이 잘 찾아주길 바랄 뿐..

 

스타링크 위성의 영향에 대해

마지막으로 스타링크 위성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안그래도 며칠 전에 본 뉴턴 5월호에 스타링크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 설명들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간단하게 스타링크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 몇만 개를 촘촘하게 쏴서 그걸로 지상에 기지국 설치하지 않고도 전지구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자는 일론 머스크의 프로젝트이며, 아직도 계속 쏘고 있다. 관련 프로젝트를 몇 개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명칭 Starlink OneWeb Telesat
인공위성 수 11,927~41,927 648~6372 298~1671
인공위성 고도 328~614km (저궤도) 1200km (저궤도) 1000~1248km (저궤도)
통신지연 25~35ms <50ms 30~50ms
통신속도 1Gbps 50Mbps 1Gbps

 

위성 한 개의 크기는 대략 가로 3m 세로 7m정도의 직사각형 태양열 패널과 거기에 달려있는 작은 기계부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스타링크 위성 상상도. 이미지 출처: SpaceX

 

위성을 저궤도에 쏘면 거리가 가까워서 위성과 통신시간을 적게 가져갈 수 있는 대신 높은 궤도보다 대기에 의한 마찰이 커서 수명이 짧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명이 다한 위성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채우기 위해 계속 쏴야 한다고 한다. 인공위성의 추락 피해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 보고된 사례가 몇 건 없고, 다행히도 인명 피해는 아직까지 없지만 앞으로는 쏜 만큼 많이 떨어질테니 이것도 어쩌면 중요한 위협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공위성 간의 충돌에 대해서는 아까 위에서 구경한 내용처럼 모든 알려진 위성을 추적하고 각각간의 충돌확률을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스타링크 위성도 발사 직후에는 뭉쳐다니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정밀 분사를 통해 위치제어를 하는 만큼 충돌위험이 발견되더라도 어느정도는 예상 또는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싶다면 뉴턴 2021년 5월호를 읽어보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실 이게 제일 궁금했던건데 스타링크 위성이 천체 관측에 미치는 영향을 물어보았다. 뉴턴 잡지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었는데, 태양광패널이 몇미터 급으로 크다면 과연 효용이 있을까 하는게 질문의 골자였다.

 

사진 출처: 뉴턴 2021년 5월호

 

박사님의 의견은 저렇게 해도 크기가 적절해서 결국 아주 관측이 잘 된다고 했다. 뉴턴 잡지에서는 반사율이 뭐 절반으로 떨어졌네 했지만 역시나 실무자 입장에서는 그다지 쓸모 없는 시도라는 얘기였다. 

사진 출처: 뉴턴 2021년 5월호

 

그렇다면 하늘에 몇만 개가 뜨게 되면 관측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는지 물어봤다. 박사님의 설명에 따르면 다행히도 일반적인 관측에서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지만, 좁은 각도에서 정밀한 관측을 해야 하는 심우주 망원경에서는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아마추어의 경우 그냥 자기 사진에 줄이 그어지는걸로 끝나지만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관측시간 확보 경쟁이 치열한데 실제로 이걸로 인해 관측을 제대로 못해서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고 한다. 우주위협 감시체계 입장에서는는 전체 하늘을 대상으로 관측을 수행하기 때문에 스타링크 위성이 다른 관측에 주는 영향은 거의 적다고 한다.

 

그리고 우주로 뭔가를 쏘아보낼때의 영향에 대해서는 발사 window가 줄어들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뭐 그랬으니 승인을 받았겠지만..

 

결론

나의 연구 분야와 관련은 많지 않지만 어느날 갑자기 보게 된 영상 하나에서 출발해서 어쩌다 보니 연구소도 방문하고 전문가에게 직접 우주위험 감시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예산 부족으로 인해 개발속도가 느린 것이 현실이었지만 최근 몇 년 만에 장족의 발전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우주물체에 의한 위험을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고, 지구 접근 천체나 인공위성 충돌 확률도 실시간으로 계산되고 있어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우리가 잘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스타링크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박사님도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하셨지만 그 이후의 설명을 들어보면 아무래도 천체 관측이나 우주 개발 관련으로는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탈치고는 유의미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