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의 여백

바쁜 나날들 사이에서 생각났던 이런저런 것들을 적어봅니다.

음악 및 작곡

이제 온라인에서도 작곡이 된다? Chrome Music Lab

Eli♪ 2021. 12. 17. 05:12

 

Chrome music lab 발견과정

예전에 큰 돈을 들여서 Cubase Pro 까지 구매를 했었지만, 최근에 보통 퇴근을 새벽 3~5시 사이에 하기 때문에 작곡 프로그램을 켜서 프로젝트 열고 마음먹고 작곡할 여유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웹페이지로 열자마자 바로 뚜들길 수 있는 Multiplayer piano라는 곳에 들어가서 혼자 방을 파고 미디 건반을 조금 뚜들기다 자는 것이 거의 유일한 여가시간이었다. 물론 내 피아노 실력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거창한 곡을 연주하지는 못하고 주로 코드전개 위주의 음악들을 청음 하면서 눌러보는 정도에 그치지만, DAW같은게 없이도 간편하게 온라인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었다.

 

그러다 얼마 전에 호환마마 라는 곡으로 Pinoki라는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발견했는데 이사람 작품중에 인크레디박스를 이용하여 편곡한 영상이 있었다. 알고 보니 몇 개의 샘플 프리셋들을 루프스테이션에 적절히 배치해서 온라인에서 음악을 만들어볼 수 있는 인크레디박스 라는 것이 있는 거였다. 무료 데모 버전으로 4가지 다른 테마를 시도해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제는 온라인에서 음악을 만드는 것도 꽤 발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관련해서 약간 검색을 하다보니 한 영상에서 Song maker 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에 다룰 chrome music lab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약간 쓰다 보니 꽤 괜찮은 앱들을 많이 담고 있어서 기록으로 남겨 본다.

 

https://musiclab.chromeexperiments.com/

 

Chrome Music Lab

Music is for everyone. Play with simple experiments that let anyone, of any age, explore how music works.

musiclab.chromeexperiments.com

 

Shared piano

https://musiclab.chromeexperiments.com/Shared-Piano/

 

Shared Piano - Chrome Music Lab

Play music together live on the web with this simple tool for remote teaching and collaboration.

musiclab.chromeexperiments.com

Chrome music lab은 원래 음악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사이트인 것 같았다. 그래서 따로 로그인도 안하고 그냥 웹브라우저로 접속만 하면 바로 쓸 수 있게 되어있다. 이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게 위에 말한 multiplayer piano를 대체할 수 있는 shared piano였다.

 

미디 건반만 있으면 피아노를 칠 수 있고, Synthesia처럼 노트의 흔적도 남는다. 심지어 저장 및 공유까지 된다. 저장을 하면 고유 주소를 부여받는데 왠지 구글에서 호스팅하는거라 영원히 남길 수 있을 느낌?

 

나도 하나 만들어 봤다. 스크롤을 위로 올린 후 재생버튼을 누르면 재생이 된다.

https://musiclab.chromeexperiments.com/Shared-Piano/saved/#Sf_igRVmvg3nX6GuxC1

 

Song maker

https://musiclab.chromeexperiments.com/Song-Maker/

 

Chrome Music Lab - Song Maker

Oops, sorry for the tech trouble. For best experience, view in Chrome browser.

musiclab.chromeexperiments.com

일반적인 작곡 프로그램의 piano roll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한 모습이다. 세팅에 들어가서 scale을 chromatic으로 하고 split beat를 4로, range를 3옥타브로 하면 풀 포텐을 다 쓸 수 있다. 역시 저장도 되고 공유도 가능하다. 간단하게 악상 스케치하기엔 좋은데, 노트 길이를 변화시킬 수 없고 3옥타브밖에 안되는게 단점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짝소년단 노래나 BTS 음악같은것도 넣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DAW가 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간단하게 작곡을 해보기에는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봤던 것들 중에 제일 직관적이고 좋은 것 같다. 다만 여러 치명적인 한계가 있어서 복잡한 곡은 작성할 수 없고, 주로 EDM류처럼 정박인 곡들에 적합한 것 같다. 참고로 모바일에서도 된다. 이제는 불현듯 멜로디가 떠올랐을 때 humming으로 녹음 안하고 폰에서 간단하게 켜서 노트로 찍어둘 수 있게 될 것 같다.

 

내가 만들었던 것중 몇 개를 공유해본다.

https://musiclab.chromeexperiments.com/Song-Maker/song/5718114018263040

https://musiclab.chromeexperiments.com/Song-Maker/song/6578941327835136

https://musiclab.chromeexperiments.com/Song-Maker/song/5921666242183168

 

Arpeggios

https://musiclab.chromeexperiments.com/Arpeggios/

 

Chrome Music Lab

Music is for everyone. Play with simple experiments that let anyone, of any age, explore how music works.

musiclab.chromeexperiments.com

앞의 2가지 다음으로 유용하게 써먹었던게 arpeggios이다. 내가 FL studio에서 cubase로 넘어가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코드 리스트들에서 누르면 코드가 나오는거였다. 화성악쪽에서 circle of fifth라고 부르는 것 같다.

 

화음 자체는 기본적인 major(원 바깥쪽) 와 minor(안쪽) 3화음만 있어서 팝 음악이나 리믹스같은데서 등장하는 세븐스 코드나 텐션같은건 구현이 안되는 단점이 있으나, 나같은 음악 비전공자에게는 대충 마우스로 눌러보면서 코드진행에 대한 영감을 얻기에 괜찮았다. 코드 전위나 옥타브는 지정된 대로만 나온다.

 

9시 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Eb → Bb → F → C 순으로 눌러보면 대충 느낌이 올 것이다.

 

그 외

그 외에도 그림을 그리면 음악으로 바꿔주는 칸딘스키나 삼각, 사각 사인파가 어떤 느낌인지를 마우스로 간단하게 조작하면서 주파수를 바꿔 들을 수 있는 오실레이터 등등 신기한 것들이 있으니 관심 있으면 직접 들어가서 느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소개한 3종류를 주로 사용할 것 같다.

 

그리고 chrome music lab도 사실은 chrome experiments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일부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https://experiments.withgoogle.com/collection/chrome

 

다양한 사람들이 올려 놓은 수없이 많은 experiment를 온라인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상단의 collections를 누르면 크롬 이외에도 그림이나 AI 등등 다양한 분야도 있다. 흥미로웠던 것들이 많았지만, 이 글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별도로 소개하지는 않겠다.

 

느꼈던 점

과거에는 음악이 귀족들만의 전유물이었다고 한다. 현재에는 음악 감상에 관해서는 인터넷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음악 만들기는 누구나 할 수 있게 열려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아마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는 본인들이 만들어보고 싶은 음악에 대한 열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러한 점 때문에 초중고 시절에는 갑자기 떠오르는 멜로디의 음 높이를 공책에 숫자로 적기도 했었고, 대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작곡 프로그램을 구해다가 그걸로 음악을 만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chrome music lab같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아무 때나 접근할 수 있으며, 남에게 공유까지 가능한 플랫폼이 나오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본인들의 창의적인 생각이나 예술적인 감각을 표현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예술로 먹고 사는 것도 아닌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이게 뭐가 중요한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예전에 한 학회의 banquet에서 밥먹는데 뜬금없이 음악 공연을 해서 쓸데없이 이런걸 왜 하지? 라고 생각했었고 주식 방송에서 뜬금없이 음악가를 불러다가 음악을 연주하는 걸 보면서 본 주제나 열심히 할 것이지 왜 이런 데에 시간을 낭비하나?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이렇게 접점이 없어 보이는 것을 붙여놓았을 때 시너지가 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고, 행사 기획자들도 그러한 점을 의도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에도 대학교 때 전공과목으로 신호처리나 회로 수업을 들으면서 취미로 음악 만들 때 사운드디자인 하던 것과 매칭이 되어 훨씬 효율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었고, 또 즐겨 하던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현재 하고 있는 연구에 적용하기도 했었다. 연구주제 이론에 대해서만 팠다면 할 수 없었던 생각들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exploit 만 하다 보면 overfitting이 일어나게 되고, 어느 정도의 explore가 있어야 훨씬 좋은 모델이 나온다는 점은 이미 경험적으로 알려져 있다. 예술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만드는 경험 또한 이러한 explore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어떤 시너지가 날지 누가 알겠는가?

 

수많은 혁신적인 과학기술들을 만들어 낸 MIT 미디어 랩에서는 과학과 예술이 서로에게 영감을 준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이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가 인터스텔라 영화에 등장하는 블랙홀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경우에는 영감의 교류를 위해 엄청나게 많은 인력과 시간이 동원되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단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거나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알게 된 chrome music lab이나 chrome experiment가 이러한 영감의 교류를 직접 해볼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고 보는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서비스를 지원하는 구글에게 1따봉을 날려 본다.

 

추신: 말짱한 정신이라면 좀 더 잘 정리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새벽 5시같은 이럴 때 뿐이라 피곤한 상태에서 두서 없이 생각을 쏟아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예 아무것도 적지 않는 것보단 나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