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의 여백

바쁜 나날들 사이에서 생각났던 이런저런 것들을 적어봅니다.

음악 및 작곡

사운드클라우드 음질 및 Opus 코덱에 대하여

Eli♪ 2020. 7. 21. 07:27

이전에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운드클라우드 음질 관련하여 정보를 찾아놨던 글을 쓴 이후 한참 동안 바빠서 제대로 정리를 못했었는데 그 동안 더 많은 정보들을 접했고 주말에 겨우 시간이 나서 그런 것들을 포함해서 적어볼까 한다. 혹시나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댓글 등을 통해 피드백 받고 수정하도록 하겠다.

 

다른 음원 서비스들도 많은데 왜 하필 사운드클라우드인가?

나는 오래 전부터 사운드클라우드를 써 오고 있다. 기억하기로는 작곡을 시작했던 초창기에 만들었던 음악을 어딘가 온라인에 공유를 하고 싶었는데 업로드할 플랫폼을 찾다가 발견했던 것 같다. 가장 오래된 업로드를 보니 무려 9년 전인 2011년이다. 그 이후 한참 동안이나 그냥 작업물 업로드용으로 썼었는데 madeon을 접하고 나서 참고용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like를 눌러놓은 게 시초가 되어 이후로 음악감상용 플랫폼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내 음악 성향이 국내 음악 트렌드와 많이 다르기도 하고 작곡하는 입장에서 이미 모든 것이 완성된 프로들의 음악을 들으면 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많이 쓰는 플랫폼보다는 나에게 더 친숙하고 작곡에 참고가 되는 음악이 많이 올라오는 사운드클라우드에 정착하게 된 것 같다.

 

잠깐 찾아보니 국내 이용자들은 유튜브와 멜론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해당 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사람들도 '익숙해서' 라는 이유로 유튜브와 멜론을 사용하고 있었다. 2019년 기준 사운드클라우드를 1순위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0.8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어쨌거나 나에게는 주 플랫폼인 사운드클라우드의 음질에 대해 정리해 보려고 한다.

 

그림 출처: https://www.mobiinside.co.kr/2020/01/29/opensurvey-melon/

음질이란 무엇인가?

음질을 논하기에 앞서 음질이라는 용어에 대해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당연하겠지만 음질이 좋은 것과 잘 만든 음악과 듣기 좋은 음악에는 개념적인 차이가 있다. 또한 EQ 튜닝은 음질과는 별개의 영역이다. 음악이란 게 결국 사람이 듣는 것이다 보니 주관적인 요소가 반영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러한 요소들을 음악성이라고 한다면 음질은 음악성을 배제한 '원래 소리를 재현하는 능력'에 관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음질을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결국엔 재생기기 및 우리의 귓바퀴 구조까지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런 것들은 이번 글이 다루는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이 글에서 음질이라 함은 음원의 음질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겠다. 그렇다면 음원의 음질이란 무엇인가? 현대의 디지털 음원은 재생기기에서 최종적으로 나오는 아날로그적인 진동을 구현하기 위해 0과 1로 된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적절히 해석해서 음악을 들려 주는 것이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기 때문에 시간을 빼고 생각할 수 없는데, 잘 생각해 보면 주어진 시간에 진동의 진폭이 얼마나 되느냐에 대한 정보만 있으면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 이 생각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wav 포맷이다. 시간을 얼마나 잘게 쪼개느냐, 그리고 진폭을 얼마나 세밀하게 쪼개느냐에 따라서 초당 필요한 데이터의 양이 달라진다. MP3나 AAC같은 여러 코덱들은 이 wav의 용량을 줄여보고자 나온 기술들이지만 결국엔 음악 1초를 재생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의 양, 즉 비트레이트가 높아질수록 대체로 음원의 음질은 높아진다고 보면 된다.

 

사운드클라우드는 어떤 음질로 음원을 재생하나?

사운드클라우드는 서버에 저장된 음악을 사용자에게 들려주는 스트리밍 방식이다. 따라서 원작자가 음원을 서버로 업로드할 때 한 번 코덱 변환이 일어나고, 저장된 음원을 사용자가 들을 때 다시 한 번 코덱 변환이 일어난다.

 

업로드할 때 변환되는 코덱은 사운드클라우드 업로드 가이드를 보면 256kbps AAC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가장 손실이 없으려면 16bit, 48kHz wav로 업로드하라고 한다. 참고로 AAC는 손실 코덱이므로 아무리 원작자가 wav파일을 잘 만들었다고 해도 아주 미세한 손실이 생긴다. wav는 용량이 무지막지하게 크기 때문에 사운드클라우드 서버 저장용량이 못버틸거라 판단해서 그런건지 일단 업로드할때부터 AAC로 변환해 저장하면서 약간의 손실이 생긴다. 그래도 256kbps AAC정도면 충분히 좋은 음질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재생이다. 스트리밍 방식의 경우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버퍼링 걸려서 소리가 뚝뚝 끊기는 것보다는 음질 손실을 감안하고 용량을 줄여 안끊기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사운드클라우드의 경우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무료 사용자에게는 64kbps Opus 코덱을 사용하고 있다. 일단 비트레이트가 1/4 토막이 났기 때문에 음질이 엄청나게 하락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읭? 명색이 음원 플랫폼인데 이런 낮은 비트레이트로 음악을 재생한다고?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것이 현실이었다. 2020년 현재 무료 사용자에게는 64kbps Opus로 들려주는 것이 맞다. 이 64kbps Opus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루겠다.

 

--------- 2021.06.01. 추가

youtube-dl로 찍어보면 다음과 같이 streaming에 128kbps mp3도 지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본을 wav로 올린 경우에 다운로드를 wav로 받을 수도 있는 것 같다. 공개된 자료에 대해서는 재배포하지 않고 소장만을 위해 다운받는 것은 불법 아니다. 고음질을 원한다면 이 다운로드 옵션들도 고려해 보자. (사용법은 다른 글 참조)

hls = http live strea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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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유료 사용자는 제대로 된 음악을 들을 수 있는가? 답은 '우리나라에선 아니다'이다. 사운드클라우드 고품질 스트리밍 항목을 보면 Soundcloud Go+ 로 업그레이드한 사람에게는 256kbps AAC로 들을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서버에 저장된 고품질 음원을 그대로 재생해주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무려 국내에서 신청이 불가능하다. 사운드클라우드 Go+ 신청 페이지를 가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고 써 있다.

 

https://checkout.soundcloud.com/go 에 들어가면 나오는 설명

Go 서비스 가능 지역을 보면 주로 유럽 국가들과 미국에 한정되어 있다. 본사가 독일에 있어서 그런가... 하여튼 아시아쪽은 호주를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회선을 못뚫는건지 데이터센터를 이용 못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국내 음원업계가 반대하고 있어서 그런건지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하여튼 그렇다.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문의를 넣으려고 국내 지사가 있는지 알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고 그냥 direct로 이메일을 보냈지만 대략 일주일 뒤에 다음과 같이 답장이 왔다.

 

 

내용을 요약하면 자기네 블로그를 보라는 매크로 답변인데 블로그에 들어가도 별다른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냥 우리나라 출시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즉 현재 상태로는 돈을 내고 고품질 음원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사운드클라우드엔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참고) 저 문의를 하기 전에 사운드클라우드 Pro Unlimited라고 돈을 내고 업그레이드하는게 있는데 더 비싸니까 더 상위옵션 아닌가 하고 신청해봤다. 그런데 HQ audio 재생 옵션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았고, 알고보니까 업로드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급 옵션을 제공하는거지 재생은 무료 사용자랑 똑같았다. 즉 프로 언리미티드를 신청하고 wav로 음원을 업로드했더라도 자기 채널에서 재생을 누르면 64kbps Opus로 재생되는 것이다. 이곳저곳을 찾아봐도 Pro Unlimited랑 Go+를 같이 신청하면 좋다는 내용들이 있어서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Pro unlimited는 업로드 전용이고 Go+는 재생 전용이었다. 돈을 내고 업글했다가 몇시간만에 바로 취소했는데 아주 칼같이 짤리면서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더라.. 30일치 돈을 냈는데 취소하자마자 바로 basic으로 돌아갔고 얼마 뒤에 환불된 돈이 입금됐다. 이것도 처음 신청한 경우에만 환불해준다고 약관에 써있어서 받은거지 안그랬으면 환불도 없다. 나처럼 낚이는 사람이 있을까봐 기록해 둔다.

 

사운드클라우드를 손절해야되나?

지금까지 글을 쭉 읽었다면 내가 얼마나 사클에 실망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음악을 듣는 목적으로 사운드클라우드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지금은 음질 때문에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미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발을 깊게 들이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쉽게 사운드클라우드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쭉 보아왔던 상당수의 작곡자들이 사운드클라우드에만 음악을 업로드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참고가 많이 되고 있고, 또 그 사람들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면 가장 먼저 접해볼 수 있는 곳이 사운드클라우드여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편인데 만약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간다면 완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의 음악을 또 찾아 들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본업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는데 9년간 쌓아온 경험들을 다 버리고 떠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두 번째 이유는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추천 기능 때문이다. 사운드클라우드는 내가 follow한 사람들, like 내역, 그리고 들은 음악들의 내역을 기반으로 매일같이 유사한 음악 20개를 추천해 준다. 그동안 쌓여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하기 때문에 대체로 내 성향에 맞는 음악들이 들어있고, 보통 3일 이내에 올라온 곡들을 추천해 주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트렌드를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 또 이것과는 별도로 일주일에 30개씩 음악 추천을 해주는 weekly 추천항목이 있는데 이것은 좀 오래되었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검증된 음악들을 담고 있다. 이런 추천 음악들을 듣다 보면 가끔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찾은 것 같은 취향저격 곡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 즐거움을 포기하고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기란 쉽지 않다.

 

64kbps Opus는 정말 안좋은 음질을 내는가?

그렇다면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사용하고 있는 64kbps Opus는 어떤 음질인가? 모든 손실형 코덱들이 결국 wav에서 필요 없어보이는 부분을 다 빼고 용량을 줄이려고 만들었긴 하지만 Opus 코덱의 경우 특히 사람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디자인된 코덱이다. 이 점은 Opus 코덱 공식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즉 같은 비트레이트라면 사람 목소리를 표현하는 능력은 훨씬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음악의 경우에도 꽤 좋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심지어 낮은 비트레이트에서는 AAC도 씹어먹는 성능이 나온다. 그래서 유튜브디스코드 등이 이미 음성 코덱으로 Opus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mp3와 비교하면 가히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Opus를 사용하는 것이 별로 문제가 되어보이지 않는다.

출처: https://opus-codec.org/comparison/

하지만 사운드클라우드의 64kbps Opus는 상당히 욕을 많이 먹었다. 사실 Opus 코덱을 적용하기 이전의 사운드클라우드는 무료 이용자에게 128kbps mp3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128kbps Opus를 사용했다면 같은 트래픽에 훨씬 좋은 음질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사운드클라우드는 Opus라는 좋은 코덱을 선택한 대신 비트레이트를 절반으로 줄여버렸다. 그래서 오히려 음질이 안좋아진 것이 아니냐 라는 글이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비트레이트 저하에 불만을 표출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로 128kbps mp3에 비해 음질이 안좋아진 것인가? 만약 음질이 떨어졌다면 얼마나 안좋아진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보면 Opus 코덱은 64kbps에서도 20kHz bandwidth를 충분히 지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Opus 코덱 기술문서를 봐도 디코딩시 20kHz까지 가능한 것을 알 수 있다. 128kbps mp3가 대략 16kHz 이상의 고음역 소리들을 다 날려버리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고역대는 더 잘 표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다른 사람이 실험한 결과를 보면 64kbps Opus가 128kbps mp3보다 훨씬 높은 Hz까지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이전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비트레이트가 반토막이 났는데 mp3 표준을 만들었던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등이 바보들이 아니었던 이상 Opus 코덱에서는 어딘가의 정보가 더 손실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차이는 어느 정도인가? 어떤 사람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자기가 직접 음원을 128kbps mp3와 64kbps Opus로 인코딩해서 올려 놓은 것이 있다. 해당 글에도 써있지만 구글 클라우드에서 파일을 직접 다운받아 들어볼 수 있다. Opus 코덱의 경우 윈도우 10 기본 Groove 음악 앱에서도 지원하고, 이외에도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나 Foobar, 또는 VLC media player등으로 들을 수 있다. Opus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 목록들은 이 글에서 찾을 수 있다.

 

참고적으로 Spek이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해당 파일의 주파수가 어디서 짤리는지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내가 구글 클라우드에서 다운받은 64kbps Opus 파일과 128kbps mp3파일을 열어본 화면이다.

왼쪽: 64kbps opus, 오른쪽: 128kbps mp3

둘 다 들어본 소감을 말하자면 주의깊게 듣지 않으면 솔직히 잘 구별이 안 되었다. ABX 테스트를 해 보면 분명히 구별은 된다. 그러나 대충 들으면 그냥 원래 음악이 그런가보다 하고 들어버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위의 스펙트럼만 봐도 알 수 있지만 Opus는 초고역까지 표현하는 대신 10kHz 근처의 고역대에 해당하는 정보들이 변형되었다. 실제로 음악을 들으면 Opus 파일에서 하이햇 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초고역을 표현한다고 다 좋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 경우만 봐도 64kbps Opus는 오히려 128kbps mp3에 비해서 열화된 음질을 들려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볼 수 있다.

 

어떤 경우에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될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별로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다. 푸리에 트랜스폼이니 하는 전문용어들은 집어치우고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저역부터 초고역까지 소리가 빵빵한 음악들은 당연히 초당 정보량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강제로 비트레이트를 줄여버리면 어딘가를 손실시켜야 한다. 그러나 코덱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초고역을 남겨놓는 순간 남은 공간에 고역 이하의 정보를 꽉꽉 채워 넣을 수가 없다. 즉 내가 주로 듣는 장르인 Future bass같은 음악에는 쥐약인 셈이다. 더더욱 사운드클라우드에 대해 정이 떨어지는 시점이다. 앞에서 다루었듯이 돈을 내더라도 더 고음질로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없다.

 

실제로 지인들과 함께 교차검증을 해 보았는데 사운드클라우드의 경우 내가 듣던 음악이 중~중고역 영역대를 남기고 초저역대는 거의 안들리고, 초고역대는 소리가 왜곡되어 들리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참고로 나는 18kHz 근처까지만 들리고 19kHz 이상은 잘 듣지 못해서 그 이상의 주파수 영역에 대해서는 20kHz도 듣는 황금귀 지인을 활용했다. 이 지인은 음질 테스트 페이지의 6개중에 5개를 바로 맞출 정도여서 좀 더 신뢰할 수 있었다. 가청주파수 영역은 여기에서 테스트해볼 수 있다. 처음과 끝에 틱 하는 소리가 아니라 삐- 하고 지속적으로 소리가 들려야 하고, 주의할 점은 0dB를 넘어서는 초강력한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안들린다고 소리를 키우다간 청력 손실이 올 수 있고, 매우 조심해야 한다. 만약 낮은 주파수에서 삐 소리가 잘 들렸다면 그 볼륨 그대로 높은 주파수를 재생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동안 음질이 안좋은지 왜 몰랐나?

가만 생각해보면 그 동안에 코덱 차이를 가장 두드러지게 해줄 만한 Future bass류 음악을 들으면서 왜 사운드클라우드 음질이 안좋다고 생각을 못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플라시보 효과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구별 못할 정도였나 싶었다. 당장 위에서 언급한 교차검증만 해도 같은 음악을 여러 플랫폼에서 들어보면 바로 차이를 알 수 있었는데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내가 고음질 음원을 많이 안들어봐서 그럴 수 있겠다 라는 결론이 나왔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듣는 유튜브로 음악을 들으면 15.8kHz 이상의 소리는 다 짤려서 듣지 못한다. 만약에 내가 다른 플랫폼들에서 원음에 가까운 음악을 많이 들었었다면 혹시 구별이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평소에 들으면서도 원래 음악이 그런가보다 하고 별 생각없이 듣다 보니 그런 부분을 못 느꼈던 것 같다. 음향 전문가의 말을 빌리자면 안좋은 음질을 듣다가 좋은 음질을 들으면 그게 음질이 개선된 것인지 여부를 사람이 구별하기가 어렵다. 이전에도 지인이 고급진 DAP나 DAC를 갖고와서 나에게 소리를 들려줘도 뭐가 더 좋은지 잘 파악을 못했었고, 150만원짜리 이어폰 소리를 들려줘도 나는 대체 어디가 더 좋아졌는지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 평소에 좋은 음질을 많이 들어봐야 안좋은 음질이 구별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유튜브에서 음질이 안좋다고 주변 사람들이 불평을 잘 안하는걸 보면 보통 사람들은 웬만큼 왜곡되어 들리지 않는 이상 음악성에 더 집중하고 음질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유튜브도 15.8kHz이상을 없애버린 소리를 스트리밍하는 것이기도 할 테고.

 

그 동안 알고 있던 유튜브의 소리 특성이 맞는지 확인을 위해 음질에 매우 신경쓰는 사람의 유튜브 영상을 spek 프로그램으로 열어 보았다. 역시 15.8kHz에서 짤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글 쓰는 시점에 SM에서 나온 최신 영상도 해 보았는데 이건 오히려 더 낮은 15kHz에서 짤리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상 주소: https://youtu.be/FURPQI3VW58, 오른쪽은 해당 영상의 소리정보
영상 주소: https://youtu.be/9tpWTRCQ6Hg, 오른쪽은 해당 영상의 소리정보

혹시나 해서 다른 연예 기획사 영상들도 몇 개 더 확인해 보았지만 다들 15kHz에서 짤라 놓은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약간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VEVO 같은 해외 채널들도 확인해봤지만 여전히 15kHz에서 짤려있다. 워낙 믹싱이 잘되어있어서 짤려도 잘 티가 안났던 것인지.. 하여튼 평소에 이런 음원들만 듣다보니 사운드클라우드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던 것 같다.

 

참고로 위의 사진들이 단순히 비트레이트 차이로 음질이 갈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관련 내용은 이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320kbps mp3로 되어 있더라도 실제로 까 보면 특정 주파수에서 짤려있을 수 있다. 즉 아무리 비트레이트를 높여놓더라도 안에 들어있는 소리가 이상하게 되어 있으면 64kbps Opus보다도 음질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코덱 표준이 디코딩에 대해서만 정의되어 있기 때문인데, 아무리 디코딩을 열심히 해서 많은 정보를 뽑아내더라도 인코딩한 사람이 정보를 제대로 넣지 않도록 만들었다면 이미 그 시점에서 망한 것이다. 따라서 각종 플랫폼들에서 자랑하는 스펙에 현혹되지 말고 정말로 음원들이 원음 wav에 가까운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들으면 좋을 것 같다. 여러 플랫폼들에 대한 차이는 위에서 설명했던 사람의 영상에서 대략 어떤 느낌인지 느껴볼 수 있다. 국내 플랫폼은 안찾아봐서 잘 모르겠다.

 

이전 글에서 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

이 정도쯤 했더니 이제 이전 글에서 알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Q1. 사운드클라우드에서 Future bass 장르를 듣는다면 64kbps Opus 코덱은 128kbps MP3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는가?
A1. 전혀 아니다. 오히려 데이터 손실로 인해 톤 밸런스가 깨질수도 있다. (사실 128kbps MP3도 그닥 좋은 음질이 아니기 때문에 톤밸런스를 깨먹는다)

 

Q2. 대체 64kbps Opus는 어디의 데이터를 짤라먹길래 bandwidth 20kHz가 가능한가?

A2. 내가 지인들과 테스트해본 바로는 VoIP용으로 사용되는 중역과 중고역대를 남기고 저역과 고역을 짤라먹는 경향이 있다.

 

Q3. 위의 결과를 종합하였을 때 나에게 부족함이 없는 음악이 되려면 코덱별로 몇 이상의 비트레이트를 쓰는게 좋은가?

A3. 일반적인 코덱: 192kbps 이상, Opus 코덱: 96kbps 이상. 그러나 비트레이트가 전부는 아니다.

 

Q4. 위 기준에 맞춰서 봤을 때 사운드클라우드를 탈출하고 더 나은 플랫폼 또는 사클 유료구독으로 갈아타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

A4. 있다. 64kbps로는 내가 원하는 음악을 왜곡 없이 듣기 어렵다.

 

Q5. 작곡자로서 음원 렌더링시 wav로 못하게 되는 경우 또는 홈레코딩에서 손실형 코덱으로 release를 해야하는 경우 앞으로 mp3를 안쓰게되면 뭘로 렌더링을 해야되나? 그리고 이런 점에서 FL studio를 계속 사용해도 상관없나?

A5. 일단 wav는 듣는사람도 용량 커서 힘들고, 손실이 없고싶으면 24bit depth FLAC으로 출력하면 된다. 손실형 코덱으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 AAC로 출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만약 비트레이트를 어쩔 수 없이 낮게 해야한다면 현 시점에서는 Opus가 그나마 제일 나을 것 같다. 그런데 FL studio나 cubase는 AAC나 Opus 출력을 지원하지 않는다. 누엔도같은 프로쪽 프로그램은 AAC를 지원하는 것 같지만 어차피 취미로 작곡하는데 그냥 쓰던거 쓰면서 flac으로 만들지 뭐..

 

Q6.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영상 플랫폼(유튜브 등)에서 쓰는 비디오 전송 코덱에서는 사운드 코덱을 뭘 사용하고, 일반 소리전용으로 쓰이는 코덱들에 비해 어떤 차이가 있는가?

A6. 아직 완전하게 정보를 모으지 못했지만 유튜브는 몇 년 사이에 오디오 코덱이 자주 바뀌었던 것 같고, 현재는 webm 컨테이너에 오디오 코덱은 Opus를 쓰고 있다. 일반 코덱들에 비해 차이는 주파수를 15.8kHz 또는 15kHz에서 짤라버린다는 점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이나 유튜브 뮤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냥 들을때는 음질 안좋다 생각하면서 듣는게 맞을 것 같다.

 

후기

이번에 사운드클라우드 코덱에 대해 조사해 보면서 영상 및 음향 업계에서 코덱에 관해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고, 나도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사실 저번 글을 쓴지 얼마 안되어 무선 코덱에 관한 전문가 의견도 올라왔었고, 그 사이에 무선 이어폰도 사보고 블루투스 스피커도 사보고 크롬캐스트 되는 셋톱박스도 사봤었다. 그러면서 유무선 코덱과 레이턴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원래의 취지에 맞게 사운드클라우드에 대한 정리를 하면서 이번 글에서는 코덱에 관한 내용 상당수를 버리게 되었다. 알아낸게 뭔가 아깝기도 하고 해서 코덱에 대해 정리도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또 언제 시간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사실 이런 것들을 신경 안 써도 작곡 잘 할 수 있고, 음악 잘 들을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음악은 음질보다는 감정과 에너지를 전달하는 시간의 예술이니까.. 음질은 그것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충분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이사람 저사람 붙잡고 음질 평가해달라고 하면서 정말 같은 음악도 플랫폼 따라 엄청나게 다른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같은 음원이라 하더라도 사람별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의 요소들과 주파수 대역이 매우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극단적인 예로 한 지인은 15kHz밖에 못듣기도 했었다. 나의 연구분야인 광학에서도 주어진 빛에 대해 RGB를 감지하는 표준 관찰자 라는 개념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표적으로 흰금 파검 같은 이슈들도 있고 사람별로 인지하는 색의 범위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전에 연구실 벽에 붙여둔 나노리프라는 조명을 사진기로 찍거나 디스플레이로 볼 때 절대 원래 색 느낌이 안나는 것도 체험해 봤고 말이다. 음향 쪽도 마찬가지로 각자가 인지하는 소리의 범위가 매우 다른데 이것을 적당히 어떻게 표준화를 잘 시켜서 쓰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뭉뚱그려진 기준 하에서 누군가에게는 심각하게 못 듣겠는 음질이 누군가에게는 문제가 없는 음질일 수도 있다는 점을 되새겨 본다.

 

적어도 나에게는, 사운드클라우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고음질로 들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음질열화는 없고 여러 가지 장점도 많다고 생각하기에 훌쩍 떠날 수는 없는 플랫폼인 것 같다. 끝.